바다이야기 왜 빠져나갔나 했더니…'핫키'로 예시·연타기능 일시 중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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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가 게임장을 휩쓴 것은 예시와 연타 기능 때문이다. 예시는 곧 크게 당첨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기능이다.

바다이야기에서 화면이 어두워지면 최소 10만원 이상의 '대박'이 보장되는 상어나 고래가 등장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두려던 사람도 돈을 더 넣게 된다. 연타는 2만원 이상의 점수가 나왔을 경우 메모리에 저장해 뒀다가 게임을 계속하면 해당 점수를 채울 때까지 상품권을 뱉어내는 기능이다. 50만원이 보장되는 고래가 등장하고 5연타가 터지면 250만원어치의 상품권이 손에 들어오는 셈이다.

이 같은 기능은 모두 불법이다. 사행성 여부의 기준이 되는 4초 승부, 시간당 베팅금액 9만원, 1회 당첨금액 2만원 이하를 어기고 도박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예시나 연타 기능이 있으면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수 없어야 정상이다.

이에 대해 바다이야기의 핵심 프로그램을 개발한 지모(29)씨는 "2004년 1.0 버전을 만들 때는 이런 기능을 규제하는 규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해 12월 심의를 통과했고 2005년 4월에는 1.1 변경 버전 중 일부 내용에 대한 부분 심의만 받고 역시 심의를 통과했다. 사후 단속도 쉽지 않다.

영등위 심의를 통과한 게임기이기 때문에 2만원 이상의 당첨금이 나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전에는 사행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업체 관계자는 "윈도 기반의 게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일일이 분석하지 않으면 버전이 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일시적으로 문제의 기능을 중지시키는 '핫키'를 설치한 게임기가 많아 단속반이 불법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행성이 높은 불법 게임기라는 '심증'은 확실하더라도 대박이 터지는 현장을 확인하기 전에는 문제 삼기 어려운 것이다.

김창우.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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