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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90년대의 변화 30문 30답: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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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균형ㆍ갈등 해소해야 선진경제 진입
한국 경제는 현 위기국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난제를 안고 90년대를 출발했다. 지난 3년간에 걸친 국민 각계의 지나친 자기몫 확보 경쟁으로 기존의 「안정체제」가 무너졌으나 어떻게든 성장 잠재력을 회복시켜 민주화의 정착과 함께 선진경제권 진입을 동시에 달성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필요하다.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다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한 분배를 촉진하고 국내외 환경 변화에 맞는 적절한 산업구조 조정을 통해 국민생활이 좀더 윤택해질수 있는 길은 없을까. 우리가 안고있는 주요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국내 경제
(25)지난해의 근로소득세 경감 논쟁,최근의 종합토지세제를 둘러싼 진통등에서 이미 드러났듯 세제개혁에는 적지않은 진통이 뒤따르고 있다.
올해 나라살림의 근본 틀을 잡아 나갈 제2단계 세제개혁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26)새해에도 통상마찰은 계속되고 수출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슈퍼301조 및 쇠고기 등 현안에 관한 협상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시장개방을 노린 통상마찰과 수출입은 어떻게 될것으로 전망하는가.
(27)생산성 향상ㆍ기술개발을 전제로한 산업구조 조정은 9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주도상품이나 산업이 미처 등장하지 못해 생산ㆍ수출이 벽에 부딪치고 있다. 앞으로 산업구조 조정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8)금융실명제와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에는 모두들 그 뜻에 공감하나 막상 시행하려면 부딪치는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닐것이다.
실명제 실시 예정 시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과연 금융실명제는 어떻게 정착되어 나가리라 보는가.
(29)올해 노사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90년대 한국경제는 서서히 회생하거나 아니면 남미형의 좌절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0)92년의 자본자유화를 앞두고 세계 각국의 투자가들은 국내 자본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수입 시장개방폭 확대에 뒤이어 취해진 자본시장 개방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세제개혁 방향(25)/최광교수 외국어대ㆍ경제학/자산소득 중과세로 형평 추구
90년대의 초반과 중반에 우리의 세제는 지난 40여년 동안에 겪어보지 못했던 대변혁을 거쳐 90년대 후반기와 21세기에 우리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조세환경에서 개인과 기업의 생활을 영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제의 대변혁이 요구되는 배경은 기본적으로 두가지다.
첫째,그동안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잉태된 우리 세제의 구조적 문제점,곧 조세정책이 분배를 개선할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세제가 분배를 개선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더욱 악화시켜왔다는 문제점이 시정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와 요구다.
둘째는 보다 장기적인 요인으로 경제의 개방화와 국제화,인구의 노령화,지방화,탈산업화,여성의 경제활동 참여확대,정보화 등의 경제ㆍ사회적 여건 변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제 및 세정운용을 요구하는데 있다.
정책당국과 국민이 하기에 따라 90년은 우리 세제사에서 매우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왜냐하면 금융실명제의 실시를 뒷받침하는 준비작업의 완료로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방향의 윤곽이 잡히게 될것이고,또 토지공개념과 종합토지세가 실시됨에 따라 자산소득 및 자산보유에 대한 과세강화의 기본적 틀이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며,현행 제도에 내포되어 있는 소득 유형간 불공평 과세등 각종 미비점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시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세제가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수 있는 제대로 된 세제개편안이 국민적 합의로 금년도에 마련될수 있을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이는 세제개혁을 담당할수 있는 전문적 조직이 제대로 구성되고 정책당국의 강력한 지도력이 발휘되기 보다는 사회구성원과 이익집단,그리고 정치집단이 세제의 본질과 기능에 대해 정확히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상마찰 대책(26)/이영세씨 산업연 무역연구부장/환율ㆍ쇠고기 협상이 최대 난제
올해 미국과의 주요 통상 현안은 환율ㆍ통신시장 개방ㆍ쇠고기 협상이다. 환율협상은 지난해 대미 흑자가 상당히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추가절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따라 정부는 시장평균 환율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외환ㆍ자본자유화가 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평균 환율제도로 전환한다면 환율의 시장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또 외환평형 기금도 충분치 않아 경제력있는 외국이 환율조작에 나서면 환율이 크게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대응자세가 필요하다.
통신부문 협상은 미국의 관심분야인 통신서비스가 국내에서 아직 유치한 단계이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난해 우리와 같이 통신분야 우선협상 대상국가로 지정된 EC(유럽공동체)의 협상과 우르과이라운드(다자간 협상)의 서비스분야 협상추이를 지켜보면서 가능한한 협상 시한을 1년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
쇠고기 문제는 미국의 요구사항인 고급쇠고기 시장개방을 우리가 지금 당장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돼 미국의 통상법 301조에 의한 보복조치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외 지적 소유권 침해사범 문제,전략물자 수출입 통제문제 등 여러 현안문제가 있다. 그러나 작년 이래 미국의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올해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는 우르과이라운드가 타결되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으므로 90년대의 쌍무간 통상마찰은 가능한한 다자간 협상으로 전환해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올해도 우리나라의 수출은 힘겨울 것이다. 만약 지난해 수출 불황의 한 원인이었던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수출 6백70억달러,수입 6백80억달러로 통관 기준 무역수지는 소폭의 적자가 될것이다.
그러나 원화 환율이 달러당 7백원대까지 절하되고 임금인상이 10%선에서 안정된다면 무역수지는 균형 내지 소폭의 흑자가 가능하다.
◎산업구조 조정(27)/이원영씨 KDI 연구위원/첨단관련 고부가산업 키워야
산업구조 조정의 바람직한 진전 방향은 제조업 부문이 공동화 현상없이 견실한 확대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측면이다.
그러나 지난 86년 원화절상의 가속화 이후 그간의 진행과정을 보면 저급기술의 단순조립형 업종이 사양화하면서 이에따른 생산ㆍ고용이 둔화되고 새로운 성장산업이 등장,대체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현재 수출 주도업종인 섬유ㆍ철강ㆍ조선ㆍ가정용 전자공업은 빠른 속도로 국제경쟁력 하락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90년대에는 이에 대체할 정밀화학 소재공업 통신기기 산업용 기계 등 부가가치가 높고 비교 우위의 확보가 가능한 산업을 빠른 속도로 육성하면서 보다 더 먼 장래에 대비,첨단산업을 키워나가는 이행전략이 추진돼야 할것이다.
작년 제조업 부문 구조조정의 특징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자동화 설비 확대와 기업의 해외 이전이라 할수 있다. 금년도 패턴은 이와 비슷할 전망이다. 레저ㆍ서비스 산업은 기대 수익이 높아 기업을 계속 유인할 것이며 부동산도 불안 요인이 많다.
또 설비투자는 경기 순환에 민감해 침체국면이 계속될 경우 투자도 둔화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설비투자는 노사관계 안정이 주요 변수이며,일반적 경기부양책은 물가상승→임금인상을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근원적 해결방안이 되지는 않는다.
산업구조 조정의 노력은 기업의 절실한 필요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기 후퇴가 약이 된다는 논리도 이때문이다.
이에따라 올해 정부의 구조 조정 촉진책은 성장산업에 세제ㆍ금융지원을 집중하는 선별적 산업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우리의 경우 성장을 위해선 무역의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면에서 수출산업ㆍ수입대체산업 등 교역재생산 부문에 투자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크다.
한편 농수산부문은 90년대 후반 사실상 완전개방이 약속돼 있어 격심한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을 전망이다. 그러나 농수산업 구조조정은 산업구조 고도화로 이농인구에 대한 고용흡수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또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얽혀있어 급격한 진행은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금융실명제(28)/윤증현씨 재무부 금융실명단장/단계적인 실시로 부작용 예방
우리나라가 선진산업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성장위주의 정책추진 과정에서 야기된 부문간ㆍ계층간 불균형과 갈등의 해소를 위한 제도개혁이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지금까지는 경제개발에 필요한 내자 동원을 지원하기 위해 예금이나 주식거래등 금융자산에 대해 비실명거래의 허용,저율분리 과세의 적용등 금융자산 축적을 정책적으로 보호해 왔으나 이제는 국민저축률이 투자율을 상회하게 되어 투자재원의 자립이 이룩되고,특히 금융실명제가 처음 거론되었던 82년 당시에 비해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 등 경제여건이 크게 호전되었으며,전산망의 확충등 행정준비 태세도 신장되어 실명제 실시에 필요한 여건은 크게 성숙되었다고 할수 있다.
또한 자산 소득에 대한 중과 등으로 조세형평을 기하고 음성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불로소득의 기회를 봉쇄하는 등 형평의 증진과 건전한 사회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가 불가피하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공약대로 91년부터 금융실명제 실시를 추진함에 있어 새로운 정책의 도입이 초래할수 있는 기존 경제질서에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새로운 불편이나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함으로써 거의 모든 선진외국이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가 무리없이 정착될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2년여의 준비기간을 두어 국민들에게 그 실시를 충분히 사전예고하고 있고,실명제 실시와 함께 개인의 금융거래 비밀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될수 있도록 할것이며,기존의 비실명금융자산에 대해서도 원활한 실명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실명전환 유예기간의 설정등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코자 한다.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도 일정금액 이상의 고액금융 소득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강구하고,자금의 해외 유출이나 부동산 등 실물투기의 재현,증권시장에의 영향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도 철저히 마련하고자 한다.
◎노사분규 전망(29)/탁희준씨 노사문제 임의중재 협의회장/쟁의는 줄겠지만 격렬해질듯
연초에 전노협이 결성되고 이는 앞으로 노동운동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는 노사분규의 건수는 작년보다 줄어들겠지만 분규가 장기화되고 분규의 강도는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노조 집행부의 리더십이 약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노사협약 타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또하나 우려할 것은 노­정 대결인데 전노협이 불법단체로 규정되고 정부가 강경자세로 계속 나가면 원만한 노사관계가 정착되지 못하고 분규가 악화될수 있다.
문제는 노사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노사문제만이 주범은 아니며 노사관계와 더불어 정치ㆍ경제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은 4반세기 동안 노사관계를 정착시킬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고 이로인해 6ㆍ29이후 민주화 바람과 함께 노사관계법이 개정됐으나 구조개혁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도 있다.
노동조합 조직의 다원화,기업경영의 구태의연함,노­노 분쟁등이 노동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노사문제는 원칙적으로 산업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개별사업장의 노사 당사자의 대화와 타협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 원칙이 깨지면 걷잡을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다시말해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엄정한 법집행의 차원에서 행해져야지 무리해서는 안되며 제3자 개입도 역시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올봄에는 노동운동이 임금인상이라는 단순한 경제차원을 벗어나 사회제도 개혁 등 정치적 요구를 많이 들고 나올 것이며 연대투쟁화할 것으로 보여 산업민주주의의 정착이 시급하다.
임금인상폭은 12∼13%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한자리 수를 제시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15% 올랐기 때문에 대충 중간수준으로 가늠한 것이다. 또 고율의 임금인상이 반드시 실질소득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근로자들이 인식했고 국민들 사이에 경제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자본시장 개방(30)/이한구씨 대우경제 연구소장/주식 질적 성장…채권시장 활기
92년 자본 자유화를 앞두고 국내자본시장은 어차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암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다. 이미 국내의 외국금융기관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단자ㆍ종합금융ㆍ외국금융기관 들에서도 외환거래를 취급하게 되면 블랙머니가 활발히 거래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직접 통제의 방법에서 벗어나 간접규제를 통한 전체적인 조절이 가능하도록 보다 차원높은 정책을 펴야한다.
증권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됐던 채권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비중이 커지고 기업들이 해외금융 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회사채 뿐만 아니라 국공채도 작년에 비해 30%가량 늘어나고 옵션사채등 종류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채권 가격 산정등이 일정한 규칙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등 질서가 없었지만 올해는 이러한 질서가 잡히면서 거래소를 통한 장내거래 비중이 커질것이다.
주식시장은 올해 공급물량을 조절해 나가면서 양적인 성장을 지양하고 시장질서를 잡아나가는 질적인 성장과정이 될것이다. 만일 올해도 증권사들 간에 양적 경쟁을 계속한다면 내년부터 부분적으로 들어올 외국자본에 당할수 밖에 없다. 시기적으로 올해가 직원 훈련ㆍ연구인력 확충ㆍ신상품 개발 등 내실을 기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기업들은 올해도 자금수요는 많으나 국내 주식발행이 제한될 전망이어서 어차피 해외증권 발행 및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전체 통화규모 안에서만 운용된다면 기업들의 해외증권 발행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 연2%미만의 이자로 발행되는 해외발행 증권은 오히려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해외증권 발행규모가 커지면서 종류도 다양해져 현재의 전환사채(CB)ㆍ신주 인수권부사채(BW)뿐 아니라 선물ㆍ옵션 등 파생증권등 다양한 상품이 개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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