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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콘「해체」보다는「개편」몸부림|45차 총회서「특별 위」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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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해체냐, 개편이냐 라는 문제로 관심을 끌었던 COMECON(동유럽상호경제원조회의) 의 45차 연차총회가 코메콘의 기능개편과 시장메커니즘의 도입, 코메콘의 기능변화를 연구할 특별위원회 구성 등의 결론을 내리고 폐막됐다. 바르샤바조약기구와 함께 동구사회주의 체제의 2대 지주로 여겨져 온 코메콘의 개편방향은 EC통합, 동구에 대한 서방국들의 금융지원,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등의 차관공여 등과도 결부되어 있어 우리업계로서도 큰 관심거리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코메콘의 개편방향과 우리 나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코메콘은 2차대전후 미국이 서유럽을 지원키 위해 수립한 마셜플랜에 대응하기 위해 1949년 창설되었다.
40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이 기구는 비록 70년대 후반부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했지만 사회주의 국제분업의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회원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등 나름대로의 실적을 쌓아왔다.
이 기구가 존재했기 때문에 자원이 부족한 동구국가들이 소련으로부터 원료를 국제가격보다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으며 나라별로 특화된 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었다.
동구국가들도 이 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컸기 때문에 40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코메콘의 개혁을 요구해오긴 했어도 해체를 거론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동구의 민주화 열풍과 70년대에 몰아닥친 오일쇼크의 영향은 동구국가들에 코메콘 내에서 얻는 이득보다 서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유혹으로 작용, 해체론까지 거론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전문가들은 코메콘이 해체되기보다는 개편, 강화될 것이라는데 일찍부터 의견의 일치를 보여왔었다.
외대 소련 및 동구문제연구소는 동구국가들에 코메콘은 존속하는 것이 해체되는 것 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아 최근의 해체론은 소련으로부터 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동구국가들의 전략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코메콘 해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구제국이 코메콘 역내무역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즉 코메콘을 통해 상호 조달하는 물품들의 비중이 높아 당장 이를 해체한다는 것은 동구 각국의 경제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견해다.
두 번째는 코메콘을 통한 소련과 동구각국과의 무역구조가 소련으로부터 값싼 에너지와 자원을 공급받고, 동구각국은 기계설비 등 가공생산품을 공급하는 수직적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약 코메콘의 해체와 더불어 동구국가들이 에너지자원 수입을 서방국가로 전환할 경우 동구국가들은 약1백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경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가뜩이나 외화가 부족한 동구로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는 것이다.
셋째, 소련으로부터의 에너지공급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국제시장가격보다 값이 싸고 2국간 상품교역협정에 기초한 물물교역 형태로 가격지불이 되기 때문에 외화지출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넷째는 동구의 생산품들이 서방시장에서 가격·품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코메콘은 해체보다는 개편 쪽으로 기구의 발전을 도모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코메콘을 통한 거래 및 경제협력이 동구에 이러한 이점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회원국들이 해체론을 들고 나온 직접적 이유로 전문가들은 70년대 오일파동이후 소련이 원자재 가격을 인상, 소련으로부터 얻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소련은 70년대 중반 석유파동이후 천연자원의 개발비용이 상승하자 동구에 응분의 대가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동구국가들이 소련내의 천연가스개발과 원자력발전소건설에 참여하고, 기여한 몫만큼 천연가스와 전력을 할당받는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동구의 부담이 증대되었다.
이 제도는 국제가격이 상승커브를 그릴 때는 동구에 유리하지만 80년대 후반과 같이 석유가격의 하락추세가 장기화된다면 소련에 유리하게돼 동구로서는 소련에 원자재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반드시 이익이라고 할 수 없게된 것이다.
따라서 동구국가들은 이번 총회를 통해 소련에 일종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개편론을 강력하게 제기한 것이다.
또한 동구의 자유화 열풍에 따라 서방으로부터 동구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코메콘의 분업원칙을 재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정밀기계·광학기계는 체코와 동독, 석유정제 설비 등은 루마니아, 알루미늄·통신기계 등은 헝가리, 선박·수송기계는 폴란드 등으로 특화 된 사회주의적 분업정책이 서방과의 대규모 합작투자를 추진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산업특화를 본격적으로 재조정해 각국이 산업기반과 발전전략을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점은 동구뿐 아니라 소련도 불만을 느껴왔고 각국의 국가 이기주의적 성향으로 70년대 중반부터 효능을 상실하고 있어 공식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코메콘의 개편논의와 함께 이번 45차 연차 총회에서 특히 전문가들의 관심을 끈 사항은 헝가리에 의해 제기된 폴란드·체코와의 3국 경제공동체구성 논의다.
이는 동독의 국경개방과 통일 논의, IMF(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의 대 동구경제협력자금 지원 등과 결부되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다.
최근호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지의 분석처럼 소련문제전문가들은 향후 소련 및 동구는 경제적으로 소련, 폴란드·체코, 다뉴브강 연안국가들로 3분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즉 사회주의의 분업 원칙이 어느 정도 붕괴되면 다뉴브강 연안국가들은 서독의 지원을 받는 동독의 경제적 영향력 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한 서구의 경제침투를 예방하기 위해 소련은 체코·폴란드에 경제지원 등을 강화해 경제적 완충지대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소련의 이러한 견해는 서독(게르만)의 경제적 영향력 증대를 우려한 미·일의 견제 책과도 맞아 떨어져 이 지역에 자금지원이 집중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코메콘의 개편논의와 함께 헝가리에 의해 제기된 폴란드·체코와의 코메콘 내 경제공동체 구성 안은 동구진출을 노리는 한국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동구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증대하려는 서방과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소련, 나름대로의 산업발전전략을 수립하고자하는 동구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있는 코메콘은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인가.
코메콘의 발전방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코메콘이 회원국들의 무역과 산업발전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1964년 1월에 발족한 코메콘 은행의 역내 금융·무역·결제기능을 강화하고 코메콘은행이 서방의 대 동구투자 등에 대응하기 위해 동구국가들에 대해 신용공여를 강화하며, 태환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소련의 루블화 대신 서방화폐와의 태환이 보장되는 새로운 결제통화를 개발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구국가의 통화중 비교적 안정적인 소련의 루블화, 동독의 마르크화 등의 태환성을 앞당겨 이들 태환화폐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되면 태환성 화폐가 없어 주요 결제수단으로 이용되던 2국간·3국간의 청산계정제도가 폐지 될 것이며 역외국가와의 거래에도 이들 태환화폐를 이용할 수 있게돼 회원국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사회주의 분업원칙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어왔던 나라별 특화 분업체계가 와 해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대 동구진출전략도 이를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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