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설날 극장가 방화 ″기지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설날 극장가에 「공들여만든」한국영화가 몇 편 붙는다.
연말연시 대목에 『발바리의 추억』 단 1편뿐이었던 한국영화로서는 오랜만의 기지개다.
한국영화가 많이 걸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기만 안 그래도 외화의 기세에 눌려 힘든 처지인 한국영화를 애써 만들어 한꺼번에 붙이는 현상은「제살 깎기」와 비슷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물의 나라』는 지난해 여름 히트했던『불의 나라』의 속편.
「물불 안 가리고」돈에 걸신들린 도회지 사람들의 한심한 풍속도를 통렬하게 풍자한 영화다.
박범신씨의 인기소설을 유영진 감독이 영화화했다.
이덕화가 주연한『불의나라』에서는 이덕화가 서울식 이전투구에 편입될까말까 하다가 어느 날 각성하고 고향 길을 재촉하는데 비해 이번 정승호가 주연한 『물의 나라』는 철저하게 세속화된 정승호의「돈 병」을 그려 전편보다 좀더 리얼하다는 평이다.
정승호와 신인 심혜진의 콤비 연기가 볼만하다.
『코리안 커넥션』은「남자중심의 묵직한 활극을 보기 힘든 방화 계에 각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신성일씨가 차린 성일 시네마트의 창립작품.
한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점점 고질화 돼 가는 히로뽕 문제를 다뤘다.
마약조직을 분쇄하는 수사관의 활약을 중심으로 그들의 애환까지도 함께 다뤘다.
방화로서는 상당한 물량공세를 펼친다.
신성일씨가 고참수사관으로, 이동준·이혜영이 젊은 수사관으로 나온다. 마약조직 두목은 이대근. 고영남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잠자리에 들 시간』은 자니 윤의 유행어에서 제목을 따왔는데 남창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한참 주가가 뛰는 정승호가 무작정 상경했다가 남창으로 전락하는 시골청년 역을 맡았다.
『물의 나라』처럼 물질문명 속에서 함몰돼 가는 도시풍속도를 그린 작품이다. 『매춘시대』는『잠자리에…』과는 반대로 여창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매춘』에서 지난해 최고의 흥행기록을 맛봤던 유진선 감독의 작품. 최유리가 나온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이문열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것.
강수연·손창민을 앞세워 장길수 감독이 미국 등지에서 로케 했다.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었지만 70년대 이후 맹목적인 아메리카니즘과 뿌리 없이 흔들리는 「퇴폐적 사랑」을 감각적인 터치로 그린 작품이다.
극장 쪽이 칼을 쥔 게 영화계의 실정이지만 열심히 만든 한국영하는 띄엄띄엄 상영하는 게 방화관객 층을 두텁게 하는 방법일텐데 조금 아쉽다.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