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어라|90아시안게임 종목별 총 점검<5>|농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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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농구계는 지난해「토끼몰이」논쟁으로 심한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국위선양과 국내경기 활성화의 두 가지 과제를 놓고 그 우선 순위에 관해, 나아가 둘 다 충족시킬 뾰족한 방책은 없겠는가 하는게 이「토끼몰이」논쟁의 핵심.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싱가포르)가 3월로 임박해있는 가운데 여자대표선수들의 89농구대잔치 출장허용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진통을 겪었던 것. 후자는 『국제무대에서의 호성적이 궁극적으로 국내농구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선국위선양론을 들어 이를 위해 충분한 훈련기회를 확보해줘야 한다고 대회선수출전에 강한 반발을 보였다.
반면 찬성론자들은『국제대회에 얽매일 때는 이미 지났으며 차라리 국내 팬들에게 양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줌으로써 저변확대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진통 속에 두 마리 토끼 사냥 길에 나섰던 농구협회는 결국 한 마리라도 확실히 잡아두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이 같은 시각이 비단 농구만 예외적일 수는 없다.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높은 벽을 허물어야하는 농구는 남자 쪽보다 여자 쪽에 승산을 두고있다.
남자농구는 이번 북경대회부터 프로선수의 출전이 허용됨으로써 홈팀 중국은 물론 필리핀이나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세의 세찬 도전이 예상되고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북경에서 벌어진 제1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고는 하나 이들 신흥 강호들에 의외로 곤욕을 치르는 수모를 겪기까지 했다.
여자농구 역시 한국-중국간의 우승다툼으로 압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최근 국내최장신센터 정은순(정은순·1m88cm·삼성생명)의 가세로 전력이 한층 강화됨으로써 12년만의 정상등극이라는 부푼 기대감을 낳고있다. 한국은 지난78년 방콕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한 후 82년 뉴델리·86년 서울대회에서 거푸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었다.
이처럼 여자농구가 자신감을 갖는 것은 정의 가세로 성정아(성정아·삼성생명)와 더불어 더블포스트를 구축하게돼 그 동안 열세를 면치 못한 류칭(유청·1m90cm) 정하이샤(정해하·2m5cm) 두 장신이 버틴 중국과도 골 밑 싸움을 해 볼만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외곽 슛에선 단연 한국이 앞서 골 밑 플레이만 대등하다면 의외로 쉽게 대어(대어)를 낚을 수 있다는 게 정주현(정주현) 여자대표팀감독의 진단이다.
더욱이 최근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중국의 기둥인 최장신 정하이샤가 훈련에 불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만약 은퇴가 확실한 경우엔 한국은 큰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예상주전으로는 센터 진에 성정아·정은순·조문주(조문주·국민은)가, 가드 및 포워드 진에 최경희(최경희·삼성생명) 이형숙(이형숙·한국화장품) 정미경(정미경·서울신탁은)등이 각각 나설 계획.
중국과의 역대 전적에선 한국이 9승6패로 앞서 있긴 하나 서울올림픽 때는 97-95 2점차로 패했었다.
반면 남자농구는 결승진출은 어렵지 않으나 중국 벽을 넘기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역대 전적 면에서 보더라도 중국은 지난 74년 테헤란대회에 첫 모습을 드러낸 이래 9승5패로 앞서 있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해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서는 1백2-72 무려30점차로 한국을 압도했었다.
당시 한국은 일부 선수관리의 허점을 노출시키긴 했으나 2m이상의 장신선수만 5명씩이나 보유한 중국의 전력은 막강했었다는 김인건(김인건) 감독의 얘기.
그러나 사상최고의 멤버로 짜여진 한국이 팀 전력을 극대화할 경우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자대표팀은 북경대회에 앞서 개최되는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8월·아르헨티나)에 출전하며 이에 앞서 유럽·미국 등에서 해외전지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구협회는 남녀대표팀의 훈련경비로 지난해 2억원 보다 50%증액된 3억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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