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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개혁물결 “발등의 불”/중국 사상통제와 대학생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치원생부터 다시 이념주입 교육강화/반정부 공감대 형성돼 “잠재적 화약고”
중국지도부의 「집안 단속」이 강화일로를 걷고 잇다.
유치원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가지 학생층에 대한 이념주입교육이 다시 행해지고 있으며 당은 동원가능한 모든 「입」을 통해 사회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당국의 「사상통제」는 지난해 6ㆍ4천안문사태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동유럽에서의 개혁바람이 거세지면서 가속화됐다.
특히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정권 붕괴이후 「잠재적 화약고」인 대학가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집중되고 있다.
이때문에 북경의 대학가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구의 급격한 사태변화에 자극받은 대학생들은 엄중한 감시의 눈길속에서도 『루마니아를 배우자』는 격문이 담긴 대자보를 캠퍼스에 내걸고있다.
그런가하면 구랍27일 2시간여동안 격론이 벌어진 국무원 대변인 유엔무(원목)와의 공개토론회 석상에서 일부 학생들은 이달중 대규모 집회를 갖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북경시일원이 여전히 계엄하에 있고 더욱이 북경대학가에 1급 경계령이 내려져 모든 집회와 시위가 봉쇄되어 있는 삼엄한 상황임을 고려할때 학생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상당한 용기를 요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일부학생들이긴 했지만 이같은 과감한 언행은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정면 도전」인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토론회 자체가 친정부세력의 주도로 이뤄진 관제집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학생들중 반정부ㆍ반체제의 공감대가 상당히 넓게 형성되어 있음을 짐작할수 있다.
반면 대유혈극으로 막을 내린 6ㆍ4천안문사태의 후유증으로 많은 대학생들은 무력감과 좌절감에 따른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국내에서는 만사가 싫고 돈을 만들어 해외로 나가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외국유학에 필수코스인 어학시험 준비차 영어교습소마다 만원사례의 성시를 이루고있다.
또당국이 「4대악」으로 규정,과식ㆍ과음ㆍ도박ㆍ매춘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사이에 무분별한 1회용 성행위가 일반회되어가는 추세일뿐아니라 상습음주자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음란비디오테이프와 추잡한 내용의 소설도 크게 번지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의 통속작가 시드니 셸던의 『신들의 풍차』『맨해턴의 여왕』 『깊은밤 깊은곳』등의 작품이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같은 자신들의 행동을 『거대한 사회로부터 격리당해 새장안에서 살고 있는 것같다. 게다가 우리는 늘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리화(?)시키고 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이런 캠퍼스의 실상은 애써 외면하는 한편 『일부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나 사회주의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신화사ㆍ인민일보ㆍ해방군보등 관영매체를 통해 사상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최근 동유럽국가의 변혁과 관련,『중국에 교훈을 주고 있다』며 『군의 위대한 희생으로 중국이 달성한 위업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주장해 지난해 6ㆍ4사태이후 미묘해진 군과 학생등 민간인간의 이간을 노리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중국당국은 이와함께 지난해 가을부터 대학신입생을 대상으로 북경근교 군부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입영교육의 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취학전 탁아소ㆍ유치원생들의 일과는 『공산당만이 새 중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반복학습으로 일관되고 있다.
이같은 유아에 대한 주입식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가슴속 깊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사상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장쩌민(강택민)당총서기의 지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구권의 연쇄적인 1당독재체제 붕괴의 불똥이 튈것을 우려,「문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반체제세력의 도전을 제압해나갈수 있을지,아니면 「제2의 천안문사태」로 이번에는 공산권력이 비극적 종말을 고하게 될지 주목된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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