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등산객 우롱한 쓰레기 환불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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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부서 단합대회가 있어 관악산을 찾았다. 서울 사당동에서 올라가 경기도 과천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해 점심과 간식 등을 챙겨 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끊은 입장권을 함께 일행에게 나눠주다 보니 뒷면에 '5백g 이상의 쓰레기를 되가져 오는 등산객에게 소정의 금액을 환불해 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즐거운 산행을 끝내고 과천 쪽 매표소에 다다랐을 때였다. 정말 환불이 되는 것일까 궁금해 관리인에게 모아온 쓰레기를 보였더니 그 직원은 올라올 때 구입한 입장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입장권을 보여주자 "서울 쓰레기를 과천으로 가져와 놓고는 왜 환불해달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여기서 쓰레기를 버리면 치워주는 돈을 받아야 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정말로 돈을 내야 하나 싶어 서둘러 돌아서려는데 그 직원은 소리를 쳤다. "밑에서 버리지 말고 서울로 다시 가져가요!"

자연보호를 위해 마련했을 제도가 지방자치단체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공염불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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