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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賞 '코리안 알파벳' 35년만에 주인 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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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산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캐나다 애니메이션 특별전에서는 '코리안 알파벳'(Korean Alphabet)이라는 단편이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캐나다 국립영상위원회(NFBC:National Film Board of Canada)가 가져온 작품인데 한글이 소재였기 때문이다.

7분여 분량의 영상은 한글 자모의 형상과정을 파스텔톤의 색채로 차례로 선보인 데 이어 토끼.나무.피리 같은 사물의 형상이 각각 이를 가리키는 한글단어로 자연스레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신서사이저의 현대적인 음악이 곁들여진 데다 유연한 움직임은 요즘 만들어진 교육용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무리가 없었다.

'코리안 알파벳'이 만들어진 것은 1967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김인태(73)감독은 당시 1년여 동안 캐나다 국립영상위원회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이 작품을 만들어 이듬해 이란에서 열린 제3회 테헤란 국제 어린이 영화제에서 교육부문 금상까지 받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잊혀졌던 이 작품의 상영을 계기로 국내 관계자들은 김감독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국립영화제작소를 거쳐 KBS PD 등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그가 당시의 자료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양국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오는 21~25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2003 캐나다 애니페스티벌에서는 이같은 35년 전의 인연을 되살리는 행사가 마련된다.

NFBC의 자크 벤시몬 위원장이 내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캐나다 측에서 행방을 잃어버린 테헤란 영화제 수상 트로피 대신 새로 만든 상패를 김감독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코리안 알파벳'을 다시 상영하는 한편 '빙산을 본 소년''멍청이들의 마을' 등 캐나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31편을 선보인다.

'이상한 침입자'의 코델 바커 감독과 신예 시라 아브니 감독이 방한해 애니메이션 제작관련 워크숍도 연다. 관련된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상영일정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홈페이지(www.ani.seoul.kr)에 나와 있다. 관람료는 없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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