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꿈의 환경주택 3리터 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독일 루드빅스하펜시 브룬크 지역의 3층짜리 아파트는 밖에서 보면 여느 아파트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첨단 과학의 도움으로 수십년된 낡은 집이 새 집보다 에너지를 더 적게 소모하는 '에코 하우스'로 거듭났다. 바로 실험적 환경 프로젝트인 '3리터 하우스'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쾌적하게'를 실제 생활 속에서 실험하기 위해 9가족이 직접 살고 있다.

3리터 하우스란 이름은 ㎡당 연료를 일년에 3ℓ만 쓴다고 해서 붙여졌다.연구는 바스프 연구팀과 카이저슬라우테른 대학 건축물리학과팀이 공동으로 하고 있다.

카이저슬라우테른 대학 헤르만 하인리히 교수는 "연료 사용량 목표는 일년에 3ℓ였지만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 3ℓ보다 훨씬 덜 들었다"고 말한다. 보통 집은 ㎡당 20ℓ정도의 연료를 소모한다. 오래된 건물을 에코 하우스로 개축하는 데 들어간 돈은 ㎡당 5백유로. 하지만 1백㎡ 넓이의 주택에 살 경우 난방비는 1년에 7백유로에서 1백유로로 줄었다.

연료를 80% 적게 쓴다고 추위에 떨지는 않는다. 겨울엔 섭씨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집안 온도는 일년 내내 섭씨 18~24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습도도 연중 40~65%로 관리한다. 이를 위해 1백50여개의 센서를 집안 곳곳에 달아 24시간 온도와 습도.이산화 탄소 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한다. 이곳에 사는 주민 사빈 글라저는 "다른 아파트에서는 방안에 난방기구를 틀어도 추웠는데 이곳에선 아주 작은 난방기구 하나만으로도 따뜻하고 안락하다"고 말했다.

3리터 하우스의 비결은 첨단 단열재와 환기 시스템, 모아진 실내공기에서 85%의 열을 복구해내는 가스액화 난방기다. 하인리히 교수는 "마치 밀봉된 봉투처럼 집안 전체에 열이 새나갈 틈이 없이 만든 게 에코 하우스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첨단 단열재는 20㎝두께로 벽면과 천장.지붕에 모두 시공됐다. 특수 열제어 창문은 3중으로 만들어졌다. 창과 창 사이에는 비활성 가스를 채운 폴리우레탄을 써 공기가 빠져나갈 틈을 막았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창보다 다섯배 정도 열이 덜 빠져 나간다.

추위뿐 아니라 더위도 고려했다. 벽에는 더운 날씨 때 열기를 빨아들인 다음 이후 천천히 방출하는 특수 벽토를 발랐다. 여름에 냉방을 적게 하고도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날씨가 더우면 녹으면서 열을 흡수하는 왁스 형태의 물질을 마이크로 캡슐에 싸 벽토에 섞어 넣은 것이 비법이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