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차의 속내는 '단물 뺀 뒤 철수'?

중앙일보

입력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노조에 대한 강력 대응 차원인가, 아니면 '철수'하기 위한 수순인가.

쌍용자동차 노사가 해고조치와 옥쇄파업을 주고 받으며 정면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의 대주주이자 경영권자인 상하이차가 잇따라 '초강수'를 둠으로써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이에 대해 쌍용차 인수 당시 업계와 쌍용차 노조 등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던 '단물뺀 뒤 철수'라는 의혹을 다시금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국가의 핵심 경쟁력인 자동차 관련 기술과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되는 등 커다란 폐해가 우려된다.

지금까지 상하이차가 밟아온 수순을 종합해 볼 때 '철수 또는 방치'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노조와의 특별협약을 통해 대규모 신규투자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이를 "쌍용차가 벌어들인 자금 안에서 집행한다"로 번복했다. 또 고용승계 및 유지를 약속했으나 노조와 이렇다할 사전협상도 벌이지 않은 채 550여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수세에 몰린 노조의 '옥쇄파업'에 맞서 상하이차와 쌍용차측이 취한 태도는 강경 일변도다. 쌍용차 사측은 노조의 옥쇄파업에 맞서 지난 16일 비상자금회의를 통해 정상조업시까지 세금납부 유예, 임금 지급 중단, 납품대금 지급 중지 등을 단행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또 파업중인 노조원은 물론 관리직을 포함한 비노조원에 대한 임금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사측은 또 부품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도 중지하고 만기연장된 어음의 기한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핵심 기술을 상당부분 중국으로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쌍용차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에 파견됐던 쌍용차의 핵심 기술인력 150명을 통해 완전한 기술유출이 이뤄졌다.

상하이차는 특히 중장기적으로 국내 부품협력업체를 중국 부품업체로 교체한다는 방침에 따라 쌍용차에 부품설계도를 요구했고 기술인력 파견을 통해 기술지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4017개 항목의 부품 설계도면이 넘어갔고 상하이차는 이를 중국 자동차업계에 무단 배포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결국 상하이차의 행보를 종합해 볼 때 '철수 또는 방치' 전략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다. 쌍용차 노조 한 관계자는 "투자약속 번복, 고용승계 파기, 광범위한 기술유출 마무리, 일방적인 해고 통보, 세금납부 지연,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중단, 부품의 중국현지 조달 확대 등을 한데 묶어 보면 뻔한 그림이 나온다"며 "비록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신규 투자를 단행, 미래 발전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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