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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만으로 테러범 잡는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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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얼굴 표정으로 테러범을 잡아내는 새 기법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관찰에 의한 승객 검사 기법(SPOT)'이란 이 방식은 공항 검색대 등에서 승객들의 표정과 행동 등을 분석, 테러범들을 색출해 내는 방식이다.

즉 테러범들은 아무리 태연한 척하려 해도 엄청난 긴장감으로 특별한 표정을 짓거나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불안에 싸일 경우 위쪽 눈꺼풀이 올라가고, 화가 나면 턱이 앞으로 튀어나온다고 한다.

이 같은 분석에 따라 특수 훈련을 받은 SPOT 요원들은 불안.초조.슬픔 등 특별한 감정이 얼굴에 나타난 승객들을 골라내 집중 조사하게 된다.

이 방식을 가장 많이 써온 나라는 이스라엘. 미국 관계당국은 이미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기법을 전수받아 이를 지난해 말부터 12개 공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 왔다.

최근 적발된 영국 테러 음모 사건을 통해 범인들이 액체폭탄 등 기존 장비로는 찾아내기 힘든 폭발물을 쓰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 당국은 이 관찰 기법을 적극 활용키로 결정했다. X선 장비 등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관찰 기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당국은 이에 따라 수백여 명의 SPOT 요원들을 길러내 모든 주요 공항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적잖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찰이라는 극히 주관적 방법으로 테러범들을 색출하려 할 경우 개인적 편견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 요원이 흑인 승객을 테러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정밀 검사를 실시해 말썽이 됐다. 이 승객은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지목된 것이라며 인종차별 혐의로 법원에 제소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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