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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태 빙판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세계정상의 대야망을 꽃피우지 못한 채 배기태(배기태·24·단국대 대학원)가 링크를 떠난다.
그동안 세계무대에서 한국빙상의 명예를 외롭게 지켜온 빙판의 세계적 스프린터 배기태는 17일 월드컵 서울대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85년에 입은 발목부상의 후유증과 체력의 한계를 절감, 이제 선수가 아닌 사회인으로서의 앞날을 설계하기 위해 아쉽지만 정든 링크를 떠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하고 『오는 제2회 동계아시안게임(내년3월초·일본삿포로)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배는 동계아시안게임에 대비, 컨디션조절을 위해 앞으로 한두 차례의 월드컵시리즈(내년1월)에만 참가할 예정이며 동계대회직후 일본 쓰쿠바대로 유학, 박사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현재 단국대 대학원 체육학 석사과정을 이수한 배기태는 쓰쿠바대에서 공부를 계속, 모교강단에 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월드컵시리즈(총8차례) 5백m와 1천m에서 종합3위를 차지했던 배기태는 이번 시리즈에서는 크게 부진, 서울대회 경우 첫날 5백m와 1천m에서 5, 6위에 그친데 이어 최종일인 17일의 경기에서도 5, 3위를 기록,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정상 달성을 바라는 여망 속에 분투해온 배기태는 결국 세계최강 우베 마이(동독)의 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물러서는 셈인데 우베 마이는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배에게 5백m에서 4연패하는 등 뒤졌으나 올림픽 때 세계신기록(36초45)으로 우승한 후 세계정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대표팀 박창섭(박창섭)감독은 『기태는 한두 가지 기술개발로 좀더 발전할 여지가 있으나 체력적으로 최고전성기는 87∼88시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배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우승자 우베 마이와 5차 시리즈까지 1위를 다투다 막판 체력열세로 3위로 처지고 말았었다.
71년 의정부 중앙국교에 입학하면서 스케이팅을 시작한 배기태는 보성중을 거쳐 서울고 1학년 때 지금의 대표팀 코치 최재석씨(최재석)를 만나 기량이 급성장, 그해 겨울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표팀에서 박창섭 감독의 조련을 방은 배기태는 이영하(이영하)-나윤수(나윤수)의 대를 잇는 한국빙상의 대들보로 자라나 86년2월 제1회 동계아시안게임 1천m 우승으로 한국이 북한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이 됐으며 87, 88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로 최절정기를 보냈다.
배기태의 뒤로는 김윤만(김윤만·의정부고2) 제갈성렬(제갈성렬·단국대1)등 신진유망주들이 뻗어나오고 있으나 배의 수준이 되려면 4, 5년을 더 다듬어야 한다.
결국 배기태라는 대스타 1인의 성가(성가)에 자족하면서 시설투자와 저변확대에 무관심해온 한국빙상은 배의 퇴진으로 긴 겨울밤을 맞게될 것 같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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