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정국<중>-3김 체질개선 안팎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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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15」 대타협은 야당의 위상과 존재방식, 3김씨의 리더십에 새로운 충격과 숙제를 안겨주었다.
우선 이번 대타협은 김대중·김영삼씨가 20여년 호흡하며 성장해온 정치토양을 크게 바꾸었다. 독재타도를 외치며 절대권력자에게 끈질기게 투쟁하는 것으로 정치생명을 키워온 전통 야당 체질을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국면으로 몰린 것이다.
6공 출범이후 속마음은 전혀 딴판이면서 3야 공조라는 이름 하에 부르짖어온 「5공 청산」이란 구호가 사라진 마당에 그들의 존재양식을 옛날의 기준에 맞춘다는 것이 어렵게 됐다.
또 양김의 감정대립·지역감정으로 나누어진 야당의 분파주의를 존속시킬 명분이 약화됐다.
따라서 「12· 15」 이후의 야당은 체질개선을 겨냥한 내외의 압력, 야권통합이란 새로운 쟁점을 해결해야할 입장이며 이 같은 과제는 3김씨들에겐 엄청난 도전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의 질을 개선하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대타협」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민주당은 가장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평민당은 『11개 합의 중 7개를 이끌어냈다』며 내심 상대적 우위를 뽐내고 있고 공화당 역시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높였다』고 내세우고 있다.
평민당은 정 의원 사퇴·지자제실시 등 가시적인 성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협상과정을 통해 민정·평민을 주축으로 하는 정국구도가 공고화됐다고 생각한다.
광주 및 재야가 이번 합의를 어떻게 평가할지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김대중 총재는 『금명간 직접 광주에 내려가 보고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역시 『정국안정의 기틀을 마련한 전기』라며 긍정적인 평을 내리고 있다. 김종필 총재는 16일의 천안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제2의 도약을 시작해야한다』고 했고 당내에는 여당의 아류정도로 인식되던 처지에서 벗어났다고 자위도 한다.
민주당은 이원조 의원사퇴도 관철시키지 못했거니와 협상에 임하는 정보 및 전략, 판단력 등에 있어 평민당 쪽에 비해 열세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에 따라 환경변화에서 오는 몸살이 닥칠 가능성이 민주당에 제일 높다.
○…청와대회담 직후 「타당의 비협조」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던 김영삼 총재는 16일 『현4당 체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내년에 보자』고 공언, 정계개편을 본격 추진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른바 야당통합문제를 스스로 거론한 것이다. 민주당내에는 『야당분열』이라는 역공 때문에 소리를 낮추고 있었지만 통합추진기류가 진작부터 조성되어 있었다. 최형우 전 총무와 소장파의원들 외에 박용만 의원 등 일부 중진급들이 공공연히 통합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 통합파들은 빠르면 금년 말, 늦어도 내년 초에 서면형식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사무실도 여는 등 본격 가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통합파와 김영삼 총재가 등을 돌리게될지 아니면 보완의 대안을 마련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김 총재가 통합을 치고 나올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 통합이 평민과 공동보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이미 5공 문제를 통해 두 사람의 물」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공화간의 연계에 민정·평민이 각각 맞서는 3륜 체제가 부각될 것으로 짐작되고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공화당과 지자제 등에 있어 연합공천이 거론될 정도로 밀착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밖에 또 나돌고 있는 설이 내각제 개헌이다. 평민은 이미 굳혔으며 민주나 공화역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평민은 지역성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민주·공화는 지지계층이 상호보완적이라는 측면에서 내각제를 전제로 한 민정과의 연합문제를 상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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