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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벽 메운 엿·찹쌀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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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화여대 주변 약국에는 입시긴장으로 인한 신경성 소화불량으로 소화제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로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
의예과에 지망한 딸(재수생)과 함께 나온 학부모 김 모씨(48·여·서울 삼성동)는 『평소 건강하던 딸이 시험을 하루 앞둔 어제 오후부터 갑자기 복통과 소화불량을 일으켜 할수 없이 소화제를 복용시켰다』며 『입시로 인한 과잉긴장이 소화불량의 원인인 것 같다』고 한마디.

<전경 사복차림 봉사>
○…고대에는 이날 오전6시쯤부터 「대학생봉사」라고 쓰인 모자와 완장을 찬 사복차림의 20대청년 30여명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 인원과 차량통제를 하며 수험생들의 고사장 입실을 도왔는데 확인결과 이들은 관할 성북경찰서 전경들.
성북서측은 『수험생들을 도와주어야 하지만 정복을 입고 학교 안으로 들어갈 경우 학생들의 감정을 자극할까봐 편법을 썼다』며 『경찰이 학생들의 데모를 진압하는 데만 필요한 것은 아님을 알아달라』고 말하기도.
○…올해도 각 대학 정문엔 마음을 졸인 어머니들이 라이터로 엿을 녹인 뒤 붙여놓아 교문벽과 철문은 마치 벽화처럼 보였는데 연대교문에는 수많은 엿 가운데 찹쌀떡 하나가 붙어있어 눈길.
경영학과를 지원한 재수생 전병훈군(20)의 어머니 장명순씨(46)는 『어젯밤 찹쌀떡을 샀는데 오늘아침 아들이 한입 베어먹고 난 뒤 합격을 바라는 마음에서 교문에다 붙였다』며 『올해는 꼭 붙어야 하는데…』라며 연신 눈물을 닦아 주위사람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격문에 정치성 줄어>
○…해마다 그해의 세태를 반영하는 격문이 붙어 관심을 끌었던 서울대 정문주변에는 작년 5공비리 관련 청문회를 원용한 정치성 격문이 주류를 이뤘던 것에 비해 올해엔 대중가요·광고·운동권구호 등을 원용한 격문들이 많이 나붙어 눈길.
「안녕이라고는 말하지마 S고는 탈락이 뭔지 몰라」 「앗싸 대일 외국어나비」등의 격문과 함께 「재수의 광풍을 갈라치고 합격의 한길로」「합격의 불꽃으로 타올라라 E고의 전사여」등 운동권 용어를 원용한 격문 등도 나붙었다.
○…경부고속도로에는 오전1시부터 수험생을 태운 승용차가 몰리기 시작, 오전5시까지 평소보다 3천여대 많은 5천1백여대의 승용차가 서울을 빠져나갔으나 시간당 적정통행량이 2천5백여대이기 때문에 평균시속 1백㎞를 웃도는 등 예상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
그러나 예비소집일이었던 14일에는 평소보다 7천여대 많은 4만2천여대의 차량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이용, 오전한때 서울∼안성구간이 3시간 걸리는 등 심한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15일 고속도로 소통을 위해 고속도로 순찰요원 4백60명과 순찰차 2백11대, 견인차 20대, 헬기 2대를 동원해 입체교통정리에 나섰다.

<갑자기 경련 일으켜>
○…경희대 정외과에 응시한 이 모양(18)은 시험시간을 25분 앞둔 오전8시15분쯤 고사장인 경희고 교실에서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졸도.
이양은 인근 경희의료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후 시험시작 5분이 지난 8시45분쯤 의식을 되찾고 다시 고사장에 들어가 학교측의 배려로 양호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을 치렀다.
○…성균관대에는 뇌성마비와 약시응시자가 1명씩 지원해 교내 수선관 강의실에 따로 마련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유학과를 지원한 뇌성마비 응시자인 김병구군(20·서울고 졸)은 오른손이 마비증세를 보여 감독관이 답안지 정서를 대신해주기도.
또 독문학과에 응시한 전상훈군(19)은 눈이 나빠 글씨체를 확인하기 힘들어 일반수험생용 문제지 글씨보다 2배로 확대된 약시자용 문제지를 따로 받아들고 문제풀이에 열중했다.

<재소자 13명도 도전>
○…이날 입시에는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재소자 13명이 응시.
특히 강도상해죄로 징역 장기7년·단기5년을 선고받고 안양교도소에 수감중인 조 모씨(24)는 올해 경북지역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수석합격한 뒤 아주대에 지원.

<전남대엔 모자 응시>
○…이날 전남대에는 모자가 함께 응시해 눈길을 끌었는데 검정고시를 통해 만학의 꿈을 펼치기 위해 4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정대 식품영양학과를 지원한 이윤순씨는 이른 아침 법대 공법학과를 지원한 아들 김성옥군(20·전남고3년)과 함께 시험장소인 전남대에 도착, 함께 합격을 기도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본 수험생 가족들은 『모자가 모두 합격하기 바란다』며 격려를 보내기도.

<동국대생 농성 풀어>
○…입시부정사건과 관련, 「민주총장 선출」등을 요구하며 학생 50여명이 두달째 총장실·이사장실을 점거, 농성을 벌여온 동국대는 예비소집일인 13일 저녁 학생들이 농성을 풀어 시험일인 15일 오랜만에 평온한 가운데 시험이 진행.
농성학생들은 학교측이 『시험일 수험생 외에는 학교에 아무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13일 경찰투입을 요청하겠다고 경고함에 따라 고사가 끝난 16일 다시 농성을 재개키로 하고 시한부 해산한 것.
○…연대법대를 지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 재만군(19)은 오전7시50분 고사장인 음대 201호 강의실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는데 『택시를 타고 혼자 왔다. 특별히 백담사에 있는 부모님께 전화하지는 않았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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