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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덮어두지 말고 공개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참석자>
김정욱씨(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박창근씨(한국 환경보호협의회 위원장)
조병환씨(환경청 수질보전 국장)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1월중에 환경청을 환경처로 승격시킨다. 이제 우리나라도 대대적이고 본격적인 환경정화운동에 돌입해야 할 때다. 이를 계기로 환경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 공해의 실상과 대책, 앞으로의 정책방향 등을 좌담회를 통해 들어본다.
-환경청의 처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국내 환경문제는 해결해야할 점이 많습니다. 지난 여름 상수도 오염 파동만 해도 뚜렷한 대책 없이 넘어갔고, 또 겨울철 들어 부쩍 심각해진 대기오염 문제라든가, 산성비·산업폐기물에 의한 오염문제가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환경오염 상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김=정부의 적극적인 환경정책 부족과 환경청의 고질적인 비공개 행정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 우선주의로 개발을 앞세워 환경정책은 구색만 갖춰 놓은 꼴입니다.
지난 여름 상수도 오염 사태로 그렇게 큰 시련을 겪고도 아직 팔당·대청호 수질보전 특별대책 지역 지정도 보류해두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또 환경청이 생긴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뚜렷이 내세울 실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등 대도시의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질병에 걸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도 국민들은 이런 혼탁한 공기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공기가 맑아질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라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조=국내 대도시 대기오염도가 외국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환경청 발족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실적이 없었다는 말씀은 좀 섭섭합니다(웃음). 환경청이 생기고 처음 실시한 당시 서울지역 대기오염물질 중 아황산가스 농도는 현재의 2배나 됐습니다. 원인분석 결과 가장 큰 원인은 연료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당시 산업공단이나 아파트 등 대형건물에서 사용하던 벙커C유의 유황 함량이 4%나 됐습니다.
그래서 관계부처와 끈질긴 다툼 끝에 1.6%짜리 벙커C유를 사용하게 했죠. 또 경유도 유황함량이 1%짜리에서 0.4%짜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휘발유 자동차는 배기가스 규제기준을 세계 3∼4번째로 엄격히 강화시켜 대기오염 상태가 이만한 수준에라도 오게된 것입니다.
▲박=정부가 환경청을 둔 것은 환경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만을 과시하려고 한 것 같은 인상입니다. 애당초 공해를 막기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려고 했다면 외국처럼 환경청이 아닌 환경부로 발족시켰을 것입니다. 보사부 산하 외청으로 두어 모든 기능을 10여개 부처로 분산시키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10년이 지나서도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는 비판은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상수도 오염 파동만 해도 그렇죠. 당시 보도자료가 건설부에서 나왔습니다. 대다수의 국민은 상수원 취수지는 물론 하수처리장 문제도 건설부 관할이 아닌 환경청 관할인 줄만 알고 있었거든요.
▲김=환경청의 기능이 분산돼 있어 일관된 환경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것은 동감합니다. 그러나 환경에 문제가 있을 때 환경청 스스로가 그 문제를 대두시켜 제기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돼도 오히려 쉬쉬 덮어두고 문제가 없는 듯이 감추기만 해봤다고 하겠습니다. 85년 일어난 온산공단 주민 집단 괴질 사태만 해도 공해로 인한 질환이라는 것은 너무 뻔했거든요. 그러나 환경청은 공해가 원인이 아니라는 시기였습니다.
공해가 원인이 아니라면 그 지역 주민을 구태여 집단 이주시킬 필요가 어디에 있습니까. 또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 조사자료도 철저하게 감추어 두었다가 한참 시일이 지난 뒤 공개하는 비밀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니 협의 부서들은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환경정책 추진이 뭐 그리 시급하냐고 해도 할말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조=환경문제에 대해 자료를 공개할 때 그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한 뒤에 공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자료의 비공개 원칙은 저로서도 바라지 않습니다. 지난 8월 상수도 파동 이후 중금속은 물론 대장균 오염도까지 밝히고 있고 시청 앞에 대기오염 전광판을 설치해 모든 국민이 직접 볼 수 있게 한 것은 그 공개 정책의 하나입니다.
▲박=대기오염 전광판이 일본에 설치된 것은 벌써 20년 전 입니다. 국내에서는 이제야 겨우 한곳 설치했는데 이것은 환경보호 의미보다는 대국민 홍보용 내지 전시용으로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대기오염이 심각한 곳은 대도시중에서도 공단지역입니다. 따라서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공단지역에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하지 않겠어요. 또 대기오염 상태를 평균적으로만 공개하는 물타기 작전을 펴고 있는데 이것은 큰 모순입니다.
대도시중에서도 오염도가 심각한 지역과 작은 지역을 평균해 공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다는 것은 너무 뻔한 이치죠.
▲김=현재 수질오염도와 대기오염도가 정기적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이것은 보통 두 달 전의 통계 치 입니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두 달 전의 물을 모아두었다 마실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시청 앞 대기오염 전광판도 마찬가지죠. 아황산가스의 경우 24시간 전의 통계치인데 그곳에서 24시간 계속 살고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국민은 어제가 아닌 바로 지금의 오염도를 알고 싶은 것입니다.
또 대기 오염물질 중 인체에 해로운 것은 아황산가스·분진·옥시단트 뿐만이 아닙니다. 질소산화물·수은·납·벤조피렌·석면·라돈 등 무수히 많습니다. 질소산화물 외에 이런 물질들은 아직 국내에서 환경기준치조차 설정돼있지 않습니다. PH4 이상의 강산성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환경청에서는 올해 한번도 이에 대한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조=전광판 문제는 예산관계상 올해 한군데밖에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내년부터 11개 도시를 대상으로 모두 12군데의 오염이 심한 지역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건강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대기 오염물질 중 수은·납 등 중금속과 벤조피렌·석면 등의 농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외국에서 정한 환경기준치에는 못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석면 같은 물질은 건강 위해도가 커져 환경기준치 설정안을 마련중입니다. 또 대기오염도가 특히 높은 지역이 있습니다. 그런 지역을 제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지역 주민들의 심한 반발도 꼽을 수 있습니다. 속된 이야기로 땅값·집 값이 떨어진다는 거죠.
▲김=환경영향 문제에서도 소홀한 점이 많습니다. 서해안 개발이라 해서 해안지역의 만을 매립하는데 만이라면 바로 물고기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곳입니다. 이런 곳을 모두 덮어버리면 수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없어져 생태계가 완전 파괴됩니다. 또 쓰레기를 비롯한 산업폐기물로 매립돼 해양오염의 위험성이 아주 큽니다.
-국내환경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보다 나은 환경보호를 위해 90년대에는 어떤 정책과 대책이 필요하겠습니까.
▲김=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국토를 환경보호 우선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발과 환경을 동격으로 보아도 안되고 환경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급합니다. 세 번째는 중국 등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을 막기 위해서라도 외국과 환경보호협약 등을 마련해야합니다.
▲박=안보적 차원에서도 환경 정책은 시급하다고 봅니다. 북한이 과거 60∼70년대 우리나라에 대해 빈부의 차가 심하고 못 사는 나라라고 비난했는데 요즘은 세계적으로 공해 많은 나라라고 선전합니다. 따라서 경제개발도 시급하지만 정부는 하루 속히 환경청에 통합된 기능을 제공해야 합니다.
▲조=현재의 환경보전법은 지난 79년 마련돼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이 법안에 정책·대기·수질·소음 등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산업구조가 바뀐 사회에서 환경 오염 문제는 훨씬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 90년부터는 새로 ▲환경정책 기본법 ▲환경오염 피해심사 및 분쟁조정법 ▲대기 환경 보전법 ▲수질 환경 보전법 ▲소음진동 방지법으로 분리해 환경보호를 위한 보다 강력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정리·진행=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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