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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61. 국제교환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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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외국 학생들을 집으로 초청해 격려하고 있는 필자.

나는 가천의대를 설립하면서 뛰어난'의술'과 훌륭한 '인성(人性)'을 갖춘 의사를 키우고 싶었다. 우리의 의학도들이 '우물 안 개구리'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국.일본 유학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무대는 한반도가 아니라 드넓은 지구촌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어느 의대에도 없는 국제화 교육과정을 마련키로 했다. 의학교육연수원에 연구 용역을 맡겨 교육 방향과 지침.프로그램 등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목표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열린 지성(知性)'을 갖춘 국제경쟁력 있는 의사 양성이다. 1998년 개교 때부터 외국인 교수 네 명을 초청, 학생 40명에게 집중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도록 했다. 국제 학술대회.세미나 개최를 적극 지원, 세계적인 의과대 및 의료인들과 의학지식을 교환케 하고 있다.

가천의대 학생들이 외국 자매결연 대학 의대생들과 만나 학술정보를 교환하고 우의를 다지는 기회도 종종 마련한다. 가천의대는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의대, 시카고의대, 중국 베이징(北京)의대, 일본 니혼(日本)의대 등과 자매결연을 했다. 독일 훔볼트의대는 우리나라 대학 중 유일하게 가천의대와 학점 교류를 인정하고 있다. 이 덕분에 많은 가천의대생들이 훔볼트의대에서 3개월 동안 공부하고 돌아온다.

가천의대 국제협력센터는 수시로 훔볼트의대생들을 연수시키고, 해마다 여름방학 때 '서머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국적과 생활방식이 다른 의학도들이 함께 어울리며 '세계'를 배우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국제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에 오는 외국 학생들은 길병원과 가천의대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묵으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기초 수준의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 강좌를 듣는다. 한국 전통문화 체험 행사에도 참가한다. 외국 학생들은 우리의 전통 차예절교육과 갓 쓰고 한복 입기 등 다채로운 한국문화를 맛본다. 그때마다 "그레이트! 원더풀!"을 연발하며 즐거워한다. 그들은 또 서울과 강화, 경주 유적지, 용인 민속촌 등을 관광하며 한국역사도 배운다.

올해에도 독일과 일본.중국에서 온 의대생 15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으며, 이달 말 일곱 명이 더 올 예정이다. 가천의대생 11명은 훔볼트의대에, 세 명은 니혼의대에서 연수 중이다. 곧 다섯 명이 토마스 제퍼슨 의대로 떠날 예정이다.

지난주 외국 학생들이 내 집무실에 들러 꽃다발을 주면서 한국어로 '아리랑'을 불렀다. 발음이 어색하고 박자도 잘 안 맞았지만 감동적이었다. 나도 신이 나서 같이 큰소리로 합창했다.

독일 학생 이사벨 도로시는 "한국문화에 대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난 그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여러분의 가슴에 한국과 가천의대에 대해 멋진 추억을 품고 귀국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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