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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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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번 주 토론 주제인 「간통죄 폐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투고는 모두 60통(찬성 15, 반대 45)이 접수됐습니다. 이 가운데 찬성 2통과 반대 4통을 소개합니다.‥○
◇찬성◇

<현대의 윤리감각과 안 맞아>
고성규 <경기도 부천시 중구심곡 2동379의 13>
간통죄 폐지론에 동조한다. 그 이유는 우선 간통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법률상 죄의 영역에 두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어야 하며 간통과 같은 애정문제에 간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간통은 비록 불륜이긴 하지만 인간의 감정 내지 애정의 문제이므로 사랑은 죄(법률적 의미에서의 죄)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다음으로 간통죄는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달리 혼인상대방(보통은 여자)이 위자료를 많이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위자료 문제는 민법을 통해 해결해야지 형법이 민법의 실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서는 곤란하다.
또한 간통죄는 현대의 윤리의식에도 맞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불과 몇몇 나라에서만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사실상 남녀 불평등 초래>
신성범 <서울 관악구 신림 2동1564의 39>
「간통」이라 함은 배우자 있는 처(妻)또는 부(夫)가 자기 배우자 이외의 남자 또는 여자와 합의해 정교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간통에 대해 쌍벌주의를 채택해 간통을 범한 남녀 모두를 처벌하게 되어 있다. 이는 헌법상 명시된 남녀평등 원칙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처벌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형법상 간통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고인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고 그 고소는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만 가능하므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선 여성은 고소권의 행사를 주저할 것이나 경제적으로 우위에선 남성은 고소권을 가차없이 행사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불평등한 결과를 빚게된다.
이러한 이론상의 모순 때문에 간통죄 폐지는 세계적인 입법 추세로 이미 폐지한 나라도 많다. 미국·일본·영국·소련 등지에서는 이미 간통죄를 폐지해 벌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간통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만 하며 도덕적 비난만으로도 충분히 벌할 수 있다고 본다.
◇반대◇

<법이 있어야 불륜 예방 가능>
신현욱 <서울 강남구 개포동 112의105>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이 건전하고 평화롭게 유지되어아 한다.
우리나라는 오랜 유교적 관습과 가부장적 제도하에서 법보다 윤리·도덕을 중시해온 미풍양속이 있다.
간통죄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라 해서 전통과 관습이 다른 우리나라도 그것을 따라 가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본다.
간통죄가 폐지된다면 선량한 배우자는 어떻게 보호받고 가정의 파탄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법이 있음으로써 불륜을 예방하고 응징할 수 있어야 가정과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간통죄에 대한 벌이 도덕적 비난만으로 충분하려면 건전한 성 윤리가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야 하나 현실은 점점 늘어나는 성범죄 속에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최소한의 사회 기강을 위해서라도 간통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욕구의 절제가 수양의 기본>
은종삼 <전북 전주시 전북사대 부속고등학교>
간통이 죄임은 시대가 바뀌어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함 없는 진리다. 성경·불경에 다 같이 간음하지 말라는 것을 주요 계명으로 했으며 우리의 훌륭한 선인들께서도 성적 욕구의 절제가 인간 수양의 기본이 됨을 가르쳐 놨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비롯하여 미국·일본 등 선진국 최고 정치지도자들이 돈과 관련된 부정보다 성적 추문 때문에 정치생명을 잃거나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만 보아도 정상적인 성 관계가 아닌 간통은 인류 역사 이래 죄악시되고 있음은 넉넉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간통은 역시 부끄러운 것이며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엄연한 죄인 것이다. 더 나아가 가정을 파괴시키는 흉악범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간통은 마땅히 법 조항에 명시돼 죄로 다스려야 한다.

<각종 범죄 예방 위해 있어야>
이정남 <광주시 서구월산 4동940의 8>
근래 우리 사회의 실상을 보면 서구풍조의 영향 때문인지 폭력·살인과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가 하면 성 윤리가 타락해 성범죄 또한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정 파괴범, 부녀자 인신매매 같은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의 예방책이 절실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려는 발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현행법은 간통하면 쌍벌죄로 다스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혼율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경제기획원 조사 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0만9천 쌍이 결혼, 4만4천 쌍이 갈라져 이혼율 10.7%를 기록했다.
그중 배우자의 부정에 의한 것이 31.3%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정 때문에 갈라지는 이혼율이 이처럼 높은데 간통죄를 폐지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가정 파탄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터에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 될 것이다.

<사회의 혼란과 병폐 우려>
김영호 <부산시 동래구 연산6동 1876의125>
형사법개정 특별심의위원회가 마련한 시안은 간통죄는 세계적인 입법 추세라고 밝히고 개인의 성적 결정권과 자유주의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윤리와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그 고지식한 가치관을 이젠 허물어 뜨려야할 때라는 뜻이다.
그러나 결코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입장에서 간통죄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간통죄 폐지를 입법화함으로써 무슨 득을 보겠으며, 간통죄 법을 고수함으로써 그것이 민주화에 무슨 장애가 되며, 세계적 입법추세를 안 따른다해서 무엇이 대수로운지 반문하고 싶다.
중·고등학생들의 교복 자율화를 단행함으로써 그 후유증이 얼마나 컸던가를 생생히 체험하고 있다. 「간통의 자율화」를 단행하면 그 이상 더 큰 사회의 혼란과 병폐를 빚을 것이 눈에 선하다.
따라서 자율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현재로선 간통죄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다음주의 토론주제 「자가용차 도심통행료징수」
다음주 토론주제는 「자가용차 도심통행료 징수」입니다. 정부는 교통정비촉진법 개정안을 마련,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 91년부터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 등 6대 도시에서 시행키로 하고 서울의 경우 오전7시30분∼10시 사이 4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자가용에 1천원씩 진입료를 징수키로 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 재원으로 교통시설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도심 차량 진입을 억제키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만만찮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찬반의견을 14일까지 도착되도록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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