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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개방물결」 꺼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장군 등은 북한에서 성분도 우수하고 장래가 보장된 소위 엘리트 유학생들로 동구권 개방과 관련, 귀순해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것이 많다.
특히 최근 북한에서는 김일성 체제 저항 활동이 심화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생활고가 더욱 악화 된데다 유학생 및 해외 주재원 등을 통해 동구권의 개방이 북한에 알려지기 시작, 체제의 붕괴 및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 같다는 관계당국의 분석도 이들의 확인을 통해 신빙성이 높아졌다.
귀순 유학생인 장군 등이 밝힌 최근의 북한주민 생활상·체제 저항활동·해외유학생 실태 등을 정리해본다.
◇김일성 체제 저항활동=북한은 최근 동구권의 개방화 등 자유주의 사조의 유입을 방지하고 체제유지를 위한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나 유학생·해외 방문자·관광객 등을 통해 외국사정이 알려지면서 이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유학생 출신인 평양기계대학 당비서가 북한의 경제 정책 실패를 비난하는 서신을 작성, 중앙당에 발송한 뒤 보위부에 연행돼 숙청 당했다.
또 같은 해 3월 김일성 대학생이 김일성 부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작성, 배포하다가 가족 모두가 평양 밖으로 추방됐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유학생 3명이 사상투쟁회의에서 『정치가 잘못돼 나라가 어려워지는 것이지 우리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발표한 뒤 기관원에게 연행됐다.
◇최근의 북한 생활상=평양축전 후 거리 외관은 전반적으로 단장된 편이지만 전력 부족으로 밤이면 거리가 어둡고 생필품 품귀로 실지거래가격의 20∼30배 가격으로 암거래되고 있으며 외국상품을 파는 외화상점을 출입할 수 있는 외화가 가장 좋은 뇌물로 통용된다.
평양축전 전 5곳에 불과하던 외화상점이 축전 후 30개소로, 외화식당도 20여 개 소나 설치, 외화수금에 노력하고 있다.
북한은 또 정치와 국방에만 투자를 편중, 과학정책의 부재로 과학자들은 천시되고 과학기술이 낙후일로에 있다.
북한의 명문대학인 김책대학 교원의 경우 교원 10%가 연구활동을 중단했고 3년 간 건설현장 근무 후 주택을 배정해 준다.
또 박사들도 단칸방에서 TV·이불장도 없이 단벌 옷과 구두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있으며 박사 논문 작성시에는 색연필판매 및 신발판매 등 생필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김정일 이복형제의 동향 감시 강화=지난해 8월 김정일은 동유럽 주재 각 대사관에 이복동생 3명의 감시 강화 및 고립화를 지시했다.
헝가리 대사인 김평일(38), 동독 체류중인 김영일(36), 체코슬로바키아 체류중인 김경일(39·여) 등 3명이 유학생을 포섭, 삼각동맹을 맺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또 각대사관도 유학생들을 소집, 이들과의 접촉금지 및 이들의 동향을 알아낸 뒤 보고치 않으면 북한으로 소환하라고 지시했다.
◇유학생 실태=짐바브웨·앙골라 등 아프리카 후진국 유학생들도 매월 장학금 3백30마르크와 50달러 가량의 생활보조금을 받는데 비해 북한 유학생들은 2백70마르크(미화 1백70달러) 만을 받아 농장 등에서 막노동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고 대사관 직원과 짜고 전자제품 밀거래까지 하는 실정.
유학생들은 유학 초기 열심히 공부하지만 2년 정도가 지나면 체제 비판성향이 강해져 매주 토요일 주재국 북한대사관에서 지속적인 정치사상학습을 실시한다.
또 유학3년이 경과한 사람은 북한으로 불러들여 한달 가량 사상 투쟁회의라는 세뇌교육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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