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 라우렐 부통령 사임요구|쿠데타 관련 "엔릴레 상원의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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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닐라AP·AFP·로이터=연합】필리핀 반군 잔당이 9일 현재 제2의 도시 세부시 막탄 공항에서 저항을 계속하고있는 가운데 상원은 8일 아키노 대통령에게 광범한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상정했고 아키노 대통령과 라우렐 부통령은 쿠데타책임과 관련, 서로 사임을 요구해 필리핀 정정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8일 마닐라에서 시민 10여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대중집회에서 「민주주의 파괴세력들」에 대해 대동 단결해 싸워나가자고 호소하면서 라우렐 부통령과 엔릴레 상원의원 등 쿠데타 연루설이 나도는 정치인들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아키노 대통령은 라우렐 부통령을 지목, 쿠데타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수도에서 벗어나 있었던 이유 등 쿠데타 연루설과 관련한 의문점들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은 결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처음으로 엔릴레 상원의원과 기업가 애두라르도 코주앙코 등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 상원은 엔릴레 의원의 쿠데타 개입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을 정적에 대한 비난에 할애했을 뿐 비상사대선포의 배경이나 정치적 변화 구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키노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 직후 라우렐 부통령은 즉각 반박성명을 발표, 그의 쿠데타 관련혐의와 사임요구를 일축하고 『아키노가 문제가 있다』며 그녀의 사임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상원은 이날 쿠데타기도와 그 밖의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아키노 대통령에게 정치·경제적 특별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재적의원 23명 중 22명의 찬성을 얻어 상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엔릴레 상원의원은 미군의 쿠데타 개입설에 대해 상원 조사권을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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