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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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95년 CIA 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가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그는 현재 미 컨설팅 기업인 부즈 앨런 해밀턴사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소련 붕괴 후 CIA가 구조조정에 실패한 결과 미국이 9.11 같은 대참사를 맞은 것 아닌가.

"사안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CIA는 1990년대 초부터 알카에다의 활동을 추적해 왔다. 테닛 국장은 CIA에 테러전담센터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대처해 왔다. 빈 라덴만 해도 CIA가 98년부터 감청해 왔다. 이라크전에서 맹활약한 프레더터도 CIA가 자체 개발한 것이다. 굳이 문제라면 외국어 문제를 꼽고 싶다. CIA가 예산 부족 등으로 아랍어 등 제3세계 언어.문화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본다."

-9.11을 계기로 미국이 '21세기의 제국'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어이가 없다는듯) 말도 안 된다. 미국을 제국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대통령은 황제라는 얘긴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봐라. 세상에 어느 황제가 자신의 사생활이 문제가 돼 탄핵 위기까지 몰리는가. 또 이라크전에서 미국은 터키를 통해 미군을 투입하려 했다. 그런데 전쟁 직전 터키 의회가 미군의 영공 통과를 허용하지 않는 바람에 작전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 미국이 진짜 제국이라면 터키에 명령을 해서 군대를 배치했을 것이다. 미국이 제국이라니…. 근거없는 억측이다."

-CIA가 북한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읽고 있다고 생각하나.

"김정일은 거짓말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91년 북한은 남한과 불가침협정을 맺으면서 핵개발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런데 이를 어겼다. 94년에는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체결하면서 핵개발 포기를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은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하고 이제는 플루토늄까지 추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본질은 거짓말 그 자체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제2의 한국전이 발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김정일은 감히 남침하지 못할 것이다. 전쟁을 하려면 공군력이 필수적인데 북한은 현대전을 치를 만한 공군력이 없다. 기껏해야 수십년된 고물 미그기가 전부다."

-북한의 핵 능력을 둘러싸고 한국의 국정원과 미국의 CIA가 서로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나는 CIA가 정확하다고 본다. 원폭을 제조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필요한 물질과 부품을 확보하는 것이다. 원폭 재료인 풀루토늄과 특수 부품 등은 각국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구입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일단 이를 확보하면 원폭 제조는 비교적 쉽다. 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확보했다고 본다."

워싱턴=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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