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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국가평의회 의장선출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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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독사태가 시간이 갈수록 급변하고 있다. 크렌츠 전 동독공산당서기장은 지난3일 서기장직을 사임한데 이어 6일 동독의 국가원수 격인 국가평의회 의장직과 국방위원장직마저 내 놓음으로써 정치무대에서 완전 실각했다.
크렌츠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임으로 임시 국가 평의회 의장을 맡은 만프레트 게를라흐(61)는 공산당의 4개 위성정당가운데 하나인 자민당당수로 비록 잠정적이긴 하지만 동독정치사상 최초의 비공산계 국가원수가 됐다.
라이프치히 출신의 변호사인 게를라흐는 그 동안동독 정계에서 이렇다할 각광을 받지 못했으나 지난 10월 초 베를린에서 대규모 민주화시위가 일어났을 때 대중 앞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강력 주장,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후 지난달 13일 동독 국회의장에 도전했으나 현의 장인 귄터 말로이다 에게 불과 16표차로 패배했다.
그러나 게를라흐는 그 동안 공산당의 위성정당을 이끌어왔다는 경력상 하자와 정치 경력상 별다른 소신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 인물이라는 평가 때문에 그가 앞으로 동독정치를 이끌어갈 참다운 인물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독공산당은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임시 당 대회를 1주 앞 당겨 8일 조기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당초부터 장차 동독공산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당대회로 평가돼온 이번 당 대회가 예정보다 앞당겨 개최되는 것은 현재 공산당이 그 만큼 다급한 지경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이번 당 대회에서 공산당체제·노선 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반영하듯 공산당25인 임시 당무위원회는 이번 당 대회에서 당의 현대화, 특히 구조개편을 집중 논의할 것이며 스탈린식 독재체제를 종식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동독공산당이 기존의 지도체제를 대폭 수술, 당의 컬러를 전면적으로 바꿔 놓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는 당 대회에서 공산당체제가 전면 개편될 경우 개혁파 인사들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개혁파의 선봉장인 모트로프 총리의 지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최근 들어 부쩍 과격해진 시위군중의 행동이다. 이들은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비리에 흥분, 군 및 보안경찰본부를 습격하는 등 과격행동을 보이고 있어 군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4일 한 지방도시에선 보안경찰본부에서 지도층 비리 관련 서류들을 파기하고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이를 막기 위해 시위군중이 보안경찰건물을 점거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또 시위대가 군의 탄약 및 연료저장시설을 습격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있다.
만약 동독군부가 군 시설을 습격하는 이들 시위군중에 강경진압으로 맞서 또 다른 유혈사태를 빚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지도부 부재상태인 동독의 정치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며 경우에 따라선 위급한 상황으로 변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런 의미에서 8일 열릴 공산당대회의 결과가 어떤 것일지 매우 주목된다. <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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