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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아파트 '공개념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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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남 불패 신화'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정부가 토지공개념의 일환으로재건축사업의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재건축 조합원들이 급매물을 쏟아내면서 일부 아파트 호가가 하루 이틀 새 최고 4천만원 떨어졌다.

하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는 거의 중단됐다. 하락세는 강남권 일반아파트와 목동.분당신도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14일 오전 송파구 잠실동 주공 1단지 13평형 호가는 4억6천8백만원으로 이달 초보다 6천만원, 지난 주말에 비해선 3천만~4천만원 내렸다. 주공 3단지 15평형도 4억7천만원으로 지난 주말에 비해 2천5백만원 하락했지만 거래가 안된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강남권 등 투기지역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고 1가구 다주택자들의 양도차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소식에 투매성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오늘 오전에도 호가가 5백만원씩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근의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도 "개발이익을 환수하면 앞으로 재건축에 투자해도 남는 게 없을 것으로 우려하는 조합원이 많다"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시장이 충격에 휩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역시 재건축 대상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서초구 반포동 주공단지에도 매물이 늘면서 호가가 빠지고 있다. 가락시영 2차 17평형은 5억4천만원으로 이달 초에 비해 2천만~3천만 내렸다. 가락동 한 중개업자는 "정부가 이 달 말까지 초강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지난주부터 약보합세를 보이더니 盧대통령 연설 이후 호가가 5백만원 이상 더 빠졌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많았던 강남구 개포.대치동 재건축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포동 주공 1단지 13평형은 5억3천만원으로 지난 주말보다 1천만~2천만원 내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지난 주말보다 2천만~3천만원 내려 34평형은 8억원, 31평형은 7억원 이하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개포동 N공인 李모 사장은 "강남권에 전세나 대출을 안고 여러 채를 사놓은 1가구 다주택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가 많은 강남권 일반아파트와 목동.수도권 신도시 일대도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일부 지역은 호가가 내림세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미리 32평형은 지난주 초만 해도 5억8천만~6억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5억5천만~5억7천만원에 살 수 있다. 분당의 한 중개업자는 "그동안 투자자들이 몰려 매물 품귀현상이 심했으나 이번 주들어 급매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개발업체인 레피드코리아 권대중 사장은 "강남권 일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거품이 낄 만큼 단기간 급등했다"며 "정부가 강도높은 대책을 실행에 옮길 경우 거품이 급속 붕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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