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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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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경제를 내다보는 국민들의 눈에 수심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연말을 한달 앞두고 대충 윤곽이 잡힌 금년 경제의 성적표에 대한 탄식의 소리도 높기만하다. 경제성장률·국제수지·수출·물가등 숫자로 표현되는 성적표의 어느항목도 만족스런 것이 없다. 경제의질적 건전성을 나타내는 생산성과 대외경쟁력,주력산업인 제조업의 활기, 그리고 산업평화와 근로및 투자의욕등도 한결같이 부정적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특히 수출과 무역수지는 거듭 수정돼 올 목표치마저 사정없이 빗나가 버렸다.
「무역의 날」 에 맞춰 집계된 금년무역수지는 통관기준으로 4억달러적자, 수출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의 실적에도 못미치고 있다. 30일열린 「무역의 날」 행사장을 짓누른 무거운 분위기는 우리 경제전반을 에워싼 어두운 그늘의 한자락에 불과한 것이다.
왜 이지경이 되었는가, 누구의 책임인가를 새삼 따질 정도로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그런 논의들은 이미 금년내내 수없이 되풀이돼왔다. 지금은 내년을 걱정하고 대비책을 짜기에 바빠야 할 때다. 이러한 때에 그 일을 담당할 경제부처의 일손들이 국회에 장기간 묶여있었다는 사실은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면 내년 경제는 위독증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날이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내년이 새연대의 첫해라는 의미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년 경제가 금년보다 더 악화되는 사태만은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도를 넘는 경제침체는 사회불안→경제불안→사회불만의 악순환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히 정치권이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80년대의 첫해에 경험했던 경제와 정치·사회정세의 상호작용을 상기하면 정치권의 각성이 왜 중요한가를 실감있게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기록적인 정치적·사회적 혼란속에서 경제성장· 무역수지적자·인플레가 역시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고 많은 국민들이 일할 기분을 잃고 있었던 것이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여러 기관에서 제시한 경제 전망수치들을 보면 정부및 관련 연구기관은 다소 낙관, 민간 기관은 상대적으로 비관족으로 기운다. 3O일 발표된 한은의 전망은 내년 성장률을 7%로 잡고 있으며 민간쪽에서는 6%대로 보고 있다.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내년 전망치가 민간기관의 그것보다 높기는 하나 작년말에 제시했던 금년도 전망치 보다는 낮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이것은 작년에 내다본 금년 경제보다 지금 내다보는 내년 경제가 더 어둡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점에서는 정부·민간부문 사이에 차이가 없다.
수출과 무역수지에 관한 예상은 경제성장률 둔화보다 더 큰 폭의 하향추세를 내다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이같은 판단과 예상들은 경제의 병증이 지섭이 아닌 뿌리근처에까지 번져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제 그것은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님이 분명해졌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경제의모든 주체들이 내년의 경제회복을위해 힘을 모아야할 때가 온 것이다.
이 힘을 조직화하고 민주적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 조정한 뒤 머뭇거리지 말고 결론을 내리며 일단 내린 결론은 과감히 실천에 옮기는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역할은 이럴 때일수록 한층 절실하다. 대통령의 그런 역할이 선도해야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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