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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가톨릭의 모체|전주 전동성당 보수 시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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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순교의 피 위에 세워진 전주 전동천주교회 (국가지정 사적288호)가 12월 3일로 본당설립 1백주년을 맞게 됐으나 지난해 화재를 당한 성당이 복구되지 않아 기쁨보다는 아픔을 더해 주고 있다.
전주는 서슬 시퍼런 박해의 칼날이 번득일 때마다 신앙을 증거 했던 호남 가톨릭의 수난현장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전동성당은 한국 가톨릭 첫 순교자이며 국내 종교사상 최초의 참수치명(참수치명)을 기록한 순교자들의 피로 물들었던 형장에 세워져 더욱 유서 깊은 곳이다.
본당이 설립되던 1889년 전동성당 초대 주임신부였던 프랑스인 사베리오 보드네 신부는 『박해 때마다 우리의 많은 순교자들이 용감하게 신앙을 고백하다 처형된 이곳에 성당이 자리를 잡은 것은 집권자에 대한 도전이며, 그들의 부당한 판결에 대한 저항입니다』고 서울에 있던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에게 편지를 띄워 자신의 비장한 각오를 털어놓았었다.
보드네 신부는 당초 성당부지를 전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목대로 잡았으나 당시 완백(군수)으로 있던 이완용이 정각을 세워 훼방을 놓는 바람에 이 유서 깊은 현 위치로 결정했다고 한다.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했던 프랑스 사람 빅터 포이스넬(박도행) 신부의 설계로 1908년 5월5일부터 벽돌을 쌓기 시작한 전동성당은 당초 4년 계획이었으나 7년이나 걸리는 어려움을 겪고 1914년에야 완공됐다.
주춧돌은 순교한 유환검의 머리를 매달았던 풍남문 성벽을 헐어낸 돌을 사용했고 청나라 기술자 1백 여명이 현장에서 벽돌을 굽고 황등에서 흰 돌을 운반해 오는 등 당시로선 대규모 공사였다.「뾰족 집」이라 불리며 신자는 물론 전주 시민들의 자랑이 됐던 전동성당은 고딕식과 비잔틴식·로마네스크식을 절충한 복합양식으로 1백 89평 벽돌조 궁류천장·평함석 이음으로 된 국내 여러 성당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전주교구의 모체다.
전동성당은 보수를 하면서 통풍이 잘 되도록 만들어진 지하를 메우고 마룻바닥을 콘크리트로 개조하는 한편 벽체와 천장을 유성페인트로 칠하는 바람에 습기가 차고 벽돌이 침식, 도괴 위험까지 있는 데다 지난해 10월 10일에는 방화사건까지 겹쳐 천장과 지붕이 불타 비가 새는 등 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전동천주교회측이 서울 건축문화연구소에 의뢰해 산정한 복구비는 8억 5천여만원. 이중 2억원은 신자들의 성금으로 확보했지만 나머지 6억 5천만원은 국고지원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아 보수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 문화재 관계자는『내년부터 91년까지 2개년 계획으로 복구공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중앙의 내년도 지원액이 1억여원에 그쳐 이런 정도밖에 지원되지 않는다면 5∼6년이 걸려도 마무리지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전동천주교회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4일간을 기념제 기간으로 정하고 초청강연회 등 각종 기념행사를 갖고 본당의 날인 3일에는 음식 나눔과 대동놀이, 1백년 사 편찬을 위해 모은 자료 전시회도 갖는다.
【전주=모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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