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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꼼꼼함과 끈기로 그려낸 자연관찰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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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봄이의 동네 관찰일기

박재철 글.그림, 천둥거인, 88쪽, 1만2000원

보통 어린이가 특별한 도구없이 텃밭과 인근 야산에서 볼 수 있는 곤충, 풀, 새 등 동식물의 생태를 살폈다. 지은이는 한국화가로, 수원의 광교산 자락에서 사는데 책을 쓰기 위해 3년 가까이 200번이 넘게 산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몇 시간씩 쪼그려 앉아 스케치를 하고, 열매를 맛보고, 애벌레를 집에 가져가 기르는 등 공을 들였단다.

이렇게 정성들인 흔적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검은다리실베짱이가 누리장나무 꽃을 찾아 꽃가루를 다 먹은 다음, 앞다리로 꽃술을 떼어낸 뒤 그 자리 나오는 즙을 핥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20분 동안 꽃술 네 개를 먹었다며 꽃술의 본래 색깔과 실베짱이가 먹은 뒤의 색깔도 비교해 놓았다. 이처럼 자연과학 지식 대신 꼼꼼함, 끈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생생한 관찰기록이다. 여기에 조금은 서툰 듯한 동식물 그림이 더해져 사진이나 극사실화로 채워진 다른 생물학 책보다 친근감을 준다. 산에서 잠자리를 잡다 등산객 아저씨에게 혼쭐나기도 하고, 호랑나비 애벌레를 키우려 집으로 데려와 보니 멀미를 했는지 물똥을 쌌다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는 등 '이야기'가 있어 더욱 정겹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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