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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항암제 수술법 개발로「불치병」은 옛말|암 정복을 위한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불치의 병인 암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청신호와 함께 80년대는 밝아왔다.
미국 의학자들이 미 암협회(ACS)의 지원 등에 힘입어 80년 당시 새로운 항암제인「인터페론」의 개발성공을 발표했던 것이다.
이후 80년대 중반「인터페론-2」가 선보여 암 치료에 활용하게 됐다.
이 같은 면역학분야의 항암제 개발은 수술·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만으로는 암 치료가「한계의 벽」에 부닥쳤다는 판단을 내린 의학자들에 외해 적극 추진됐다..
세계 의학계의 다방면에 걸친 이런 노력들은 국내외 암 환자들의 치료율을 크게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
특히 자궁암·피부암은 일찍 발견만 하면 1백%완치가 가능할 정도로 수술기법이 놀랍게 변모했다.
이밖에도 위암은 일찍 발견하면 95%까지, 유방암·대장암·신장암은 80%이상 완치되고 방광암의 70%는 일찍 발견하면 수술자체로도 다 나을 수 있게 됐다.
유방암 환자들은 10년 전만 해도 가슴을 완전히 다 도려내야 했으나 이젠 혹 있는 부분만 없애고 약물·방사선요법으로 정상에 가까운「미의 상징」을 유지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이런 진전에도 불구, 암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미국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조차 암 환자의 50%는 결국 숨지는 실정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무려 65%가 암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간암·폐암·식도암 환자 중 20%는 아예 수술마저 불가능한 상태에서 종말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암 정복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그러나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임상의사들은 기초의학의 연구동향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기초의학이야말로 암 정복으로 가는 길을 뚫어주는 첨병이기 때문이다.
80년대의 기초의학 연구는 베일 속에 감춰진 암의 비밀을 캐는데 집중했다.
이중 손꼽히는 연구업적 중 하나는 미 버클리대의 김성호 박사가 라스(ras)암 유전자의 3차원적 구조를 88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김 박사는 라스 단백질 속의 아미노산이 바뀌면 암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하고 활성화의 기전을 캐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암 치료에의 응용과 관련, 가장 괄목할만한 연구는 역시 미 국립 암 연구소(NCI)의 로젠버그박사팀의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자신이 개발한「인털루킨-2」요법에 의한 치료효과를 85년에 첫 발표했던 그는·종양을 죽이는 인자(TNF)를 환자의 몸 속에 넣어주는 암의 유전자 치료를 궁극적인 목표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희대의대 최용묵 교수 팀이 85년「인털루킨-2」를 국내에서 첫 개발한 성공사례는 로젠버그 박사의 논문으로 기초를 닦은 뒤 이뤄졌다.
기초의학의 성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암 억제유전자분야. 미국 드리아박사가 83년 어린이 안구 암(망막 아세포증)에서 암 억제유전자를 발견, 이를 암세포에 집어넣어 주었을 때 암세포의 성장이 억제되는 것까지 증명해 보였다.
확실한 구조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후 암 억제유전자의 존재가 규명된 것은 소 아 콩팥암·폐암·대장암·유암·난소암(원자력병원 이제호 박사)등이다. 이들 연구성과는 앞으로 암 예방·치료에 밝은 전망을 던져주고 있다.
국내 암 치료에서 획기적인 것으로는 가톨릭의대 김동집 교수 팀의 골수이식 성공으로 「시한부 인생」으로 낙인찍혔던 백혈병환자들이 목숨을 건지고 정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점(소아백혈병90%치료)을 꼽을 수 있겠다.
이밖에도 선진국 의료기술을 익혀 국내에서 중성자 치료 기·리니악(선형가속장치)등 첨단 치료 기기와 핵 자기공명(NMR)CT 등 진단장치를 활용,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인 것도 특기할만하다.
또MRI(자기공명 진단강치)의 국내 개발을 비롯, 특수치료인 온열 요법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점 등도 괄목할만하다.
90년대 국내 의학계의 과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각종치료법을 그대로 도입해 환자치료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특히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노력과 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줄이는 일등이 과제로 남아있다.<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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