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춘봉씨<변호사?|딸의 종가 상속 가능한「입부혼인제」고려해 볼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헌법에는「인간은 성에 의해 차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법에는 이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조항들이 있다. 가족법 개정운동은 바로 이 같은 잘못을 시정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민법조항 중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은 동성동본 불혼제다. 성과 본이 같으면 결혼을 취소할 수 있게 한 것은 모계혈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세계 모든 나라가 근친 불혼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부계·모계를 다같이 존중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결혼을 무효로 하는 친족의 범위도 부계 8촌 이내, 모계 4촌 이내로 차등을 두고 있다. 이것은 우생학적으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동성동본 불혼제와 함께 성차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호주제다. 원칙적으로 이 두 제도는 필히 폐지돼야 한다고 보지만 유럽이나 국민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고려하여 호적법상의 입부혼인제도를 민법에서도 채택, 딸만 있는 가정에서도 종가상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동성동본 불혼제와 호주제를 개정하지 않고서 이뤄지는 가족법 개정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예컨대 개정안에 들어있는 적모-서자와의 관계는 간통죄가 폐지되면 별 다른 실효가 없고, 재산분할 청구권도 현재 부부 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내용상 크게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