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맞붙나

중앙일보

입력

4주를 넘긴 레바논 사태가 지역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이란이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를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태수습을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초안을 놓고 아랍권과 미국.이스라엘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 내부에서는 확전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이에따라 조기수습을 위한 레바논 정부군의 남부투입 방안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충돌요인 발생=이스라엘 외무부는 8일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이 이란에서 훈련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최근 레바논 남부에서 생포한 하산 알리 살리만이 7월 12일 이스라엘병사 2명 납치사건에 가담했고 이란에서 두 차례 훈련을 받았다고 자백한 비디오 테이프가 증거물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레바논과 자국영토에서 헤즈볼라 대원을 양성해 왔다"며 "이란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밝혀온 이스라엘은 전쟁초기부터 헤즈볼라가 사용하고 있는 질잘 등 미사일과 로켓 그리고 원격조종 무인항공기 등이 대부분 이란제라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공격가능성을 다시 제기하자 이란도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공격해 오면 "100배"의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맞섰다. 지난 해 취임후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야한다" 등의 발언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이란간의 갈등이 최절정에 달하고 있다.

◇유엔서도 아랍-서방 대립=사태수습을 위한 유엔 결의안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합의한 초안에 대해 아랍권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표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안보리 이사국인 카타르 외무장관을 비롯해 긴급히 유엔에 파견된 아랍연맹 협상단은 결의안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군을 담지않을 경우 사태만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8일 강조했다. 친미국가로 알려진 카타르 등도 결의안 초안에 강력 반발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아랍권은 '적대적 공격' 중단만을 포함한 결의안 초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장기주둔 가능성 때문이다. 7일 레바논을 방문한 시리아 외무장관은 "현초안이 그대로 안보리를 통과한다면 지역전쟁도 감수할 수 있다"고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대안으로 등장한 레바논군 배치=안보리 결의안 도출이 늦어지고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레바논 정부군 남부 배치안이 부상하고 있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지난 주 "이스라엘이 철수하면 레바논군 1만 5000명을 긴급히 배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예비군 동원령도 내려졌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프랑스와 미국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결의안이 나오더라도 유엔 평화유지군 구성에 최소 수 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도 "흥미로운 방안"이라며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레바논 남부 뿐만아니라 동부와 북부에도 거점을 둔 헤즈볼라를 완전 제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101명에 달하는 1973년 중동 제4차전쟁이후 최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관광산업을 중심으로한 이스라엘 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사자 수가 증가하면서 이스라엘 군내부에서도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8일 레바논 전투 지휘관을 전격 교체했다. 지난 4주간의 전황에 대한 불만때문이다. 새 지휘관으로 임명된 모셰 카플란스키 장군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사령관을 지낸 강경파다. 현육군 참모차장이고 80년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당시 많은 전투경험을 가진 지휘관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