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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의 부루마불 재밌네"...집콕에 '보드게임 시조새' 불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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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장모(44)씨는 요즘 8살, 10살 딸들과 함께 하는 보드게임에 푹 빠졌다. 장씨가 어린 시절 즐겼던 부루마불 같은 보드게임을 아이들과 함께한다. 장씨는 지난 한 달간 보드게임 10종류를 샀다. 게임 규칙을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사 오기, 책 10권 읽어주기 같은 ‘승자의 혜택’을 내걸기도 한다. 장씨는 “다른 놀이와 달리 층간소음이나 청소 걱정이 없고, 아이 두뇌계발에도 긍정적이고, 나 자신도 재미있어서 요즘 같은 시절에 효자 놀잇감”이라고 말했다.

부루마불, 할리갈리, 루미큐브 등 보드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캡쳐]

부루마불, 할리갈리, 루미큐브 등 보드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캡쳐]

부루마불, 할리갈리, 루미큐브….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보드게임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부모들이 어린 시절 즐겁게 놀았던 추억을 되새기며 보드게임을 사들이고 있다.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서울 등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된 7월 보드게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늘었다. 롯데마트도 상반기엔 전년보다 부진했던 보드게임 매출이 7월 들어 17% 성장했다. 온라인에서도 보드게임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G마켓의 8월(17일 기준) 보드게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었고 11번가는 23% 증가했다.

보드게임 인기는 코로나19 재확산이 불을 붙였다. ‘거리 두기 4단계’에 외출이나 여행이 어려운 데다 여름방학까지 겹치면서 온 가족이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보드게임을 찾는 것은 대개 30~40대 젊은 아빠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녀와 놀 거리를 고민하다가 본인이 어린 시절 즐겨 놀았던 보드게임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 인기 있는 제품도 30년 전 인기 있던 제품이다.

부모는 향수를, 아이들은 재미를 

대표적인 제품이 부루마불, 할리갈리, 루미큐브 등이다. 스플렌더, 루핑루이 같이 최근에 관심을 끄는 제품도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제품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규칙만 알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82년 출시한 부루마불은 한국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꼽힌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이동해서 해당 칸 도시의 증서를 사 통행료를 받는 식이다. 90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할리갈리는 같은 ‘과일 다섯 개가 보이면 종을 치고 카드를 가져가라’는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된다.

보드게임 인기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퍼지고 있는 복고 열풍도 한몫 거든다. 코로나19 이전 생활에 대한 그리움과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답답함이 옛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주요 소비층인 30~40대에게는 어린 시절 향수를, 그들의 아이들에게는 신선함과 재미를 제공하면서 보드게임 매출이 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한 보드게임을 찾는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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