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태풍 이름 감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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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신''쾌속''개미''마리아''샛별''꽃'….

서정시에서 읊어봄 직한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무시무시합니다. 지난 7월 한반도를 할퀴었거나 이번 주 북태평양에서 북상 중인 태풍의 이름이니까요. 순서대로 제3호 '에위니아'(미크로네시아어), 4호 '빌리스'(필리핀어), 5호 '개미'(한국어), 7호 '마리아'(영어), 8호 '사오마이'(베트남어), 9호 '보파'(캄보디아어)랍니다.

태풍 이름은 매년 태풍위원회에 14개 회원국이 10개씩 제출한 단어를 돌려가며 짓습니다. 그래서 140개의 태풍 이름에 나라별 개성이 강하게 스며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제비''너구리' 등 동물 이름을 즐깁니다. 북한('민들레').말레이시아.캄보디아는 식물을, 중국(용왕을 뜻하는 '룽왕', 손오공인 '우쿵')이나 미크로네시아는 신의 이름을 선호합니다.

애인 이름을 쓰기 좋아하는 미군 예보관들 덕에 미국은 '마리아'처럼 여성 이름이 많습니다. 그러나 1979년 여성단체가 "왜 여자 이름만 사용하느냐"고 반발하면서 이후 '프란시스코' '로키' 등 남자 이름도 번갈아 쓰게 됐습니다. 태풍의 경우 피해 본 국가가 "기분 나쁘니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그 이름은 삭제되고 이후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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