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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 격파' 주역 권동혁 "100일 전 떠나신 어머니, 나를 지켜주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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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고의 새 역사를 이끈 4번 타자 권동혁. [IS포토]

라온고의 새 역사를 이끈 4번 타자 권동혁. [IS포토]

하늘로 떠나보낸 어머니를 향해 쏘아 올린 한 방이었다. 라온고의 창단 첫 전국대회 4강을 이끈 권동혁(18)의 사연이다.

라온고가 파란을 일으켰다. 19일 충남 공주시립박찬호야구장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강릉고와의 8강전에서 7-3으로 승리했다. 3-3 동점이었던 8회 초 공격에서 강릉고 에이스 듀오 중 한 명인 엄지민을 무너뜨렸다.

라온고는 지난 16일 김해고와의 경기에서 10-8로 승리하며 창단(2016년) 뒤 처음으로 전국대회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대통령배 디펜딩챔피언이자 올해 황금사자기 우승팀인 강호 강릉고마저 꺾었다.

수훈 선수가 많다. 포수 신동형은 안방과 타석에서 두루 활약했다. 타석에서는 5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4회 말 1사 1루, 7회 무사 1루 상황에서는 정확한 2루 송구로 강릉고 주자의 도루를 저지했다.

리드오프로 나선 차호찬도 활약했다. 2-1로 앞선 4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릉고 투수 조경민으로부터 좌월 솔로 홈런을 쳤다.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중전 안타 뒤 도루에 성공하며 기회를 열었고, 강릉고가 빅이닝을 만든 8회도 1사 2루에서 좌전 안타와 도루를 성공시키며 대량 득점 발판을 만들었다.

투수 박명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라온고가 3-1로 앞선 5회 말 1사 2·3루에서 등판했다. 이 상황에서는 밀어내기 볼넷과 적시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그러나 이후 6~9회를 무실점을 막아내며 이 경기 승리 투수가 됐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4번 타자로 나선 2학년 권동혁이다. 1회와 7회 타석에서 안타를 치며 승부처 활약을 예고한 그는 강릉고가 4-3으로 앞선 8회 초 2사 만루에서 강릉고 간판 투수 엄지민을 상대로 좌중간 3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풀카운트에서 커브를 잡아당겼다.

라온고는 3점 차로 앞섰고, 박명근이 8·9회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대어 사냥에 성공했다.

경기 뒤 권동혁은 "상대 투수가 앞선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주로 변화구를 던졌다. 풀카운트였기 때문에 노리고 있었다. 4번 타자로 나서며 부담감이 있었지만,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라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권동혁에게 강릉고를 상대한 19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는 "사실 어머니께서 암 투병으로 하늘에 가셨다. 오늘이 딱 100일 되는 날이다"라고 했다. 잠시 하늘을 응시한 그는 "아버지께서 '(100일은) 장례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시더라. 어머니께서 나를 지켜주신 것 같다. 나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권동혁의 롤모델은 두산 외야수 박건우다. 올해는 내야수로 뛰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외야수를 맡는다. 권동혁은 "장타력도 좋고, 모든 플레이에 능한 박건우 선배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강봉수 라온고 감독은 "(권동혁은 )좋은 신체 조건과 자질을 갖췄다. 주목해야 할 선수"라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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