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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반발했던 ‘북 인권백서’ 발간예산, 1년 만에 4분의 1토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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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21 통일연구원 북한 인권백서 표지.

2021 통일연구원 북한 인권백서 표지.

통일연구원이 26년동안 매년 발간하던 북한 인권백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작년 예산 6900만→올해 1500만원 #야당 “내년 백서예산 책정 안 된 셈” #통일연 측 “수시 예산으로 발간할 것”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예결산 자료에 따르면 북한 인권백서 발간 예산은 지난해 6903만 2596원에서 올해 1580만 2336원으로 줄었다. 약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연구원이 지난해에 ‘2021년 연구 기본 계획’을 수립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북한 인권백서 발간 사업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2022년에 백서를 발간하려면 올해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처음부터 연구 계획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백서 발간 예산 집행은 사실상 2년에 걸쳐 나눠 이뤄진다. 예를 들어 2021년도 백서는 2020년도 예산 중 일부를 연구비용으로 쓰고 2021년도 예산 중 일부를 발간비용으로 쓰는 식이다.

지 의원실 측은 “올해 편성된 약 1500만원은 지난 7월 나온 2021년도 백서 발간비용으로 이미 썼다”며 “2022년 백서 발간을 위한 연구비용은 아예 책정되지 않은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원 측에 확인을 요청하니 ‘2022년 백서 발간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회신해왔다”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코로나19 여파로 백서 발간을 위한 면접에 참여할 탈북민 숫자가 줄어든 데다 비슷한 내용이 담기는데 매년 내야 하느냐는 의견이 연구원 내부에서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원 사정에 밝은 관계자도 “일각에서 백서 자체를 그만 내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발간 시기를 연말로 늦추거나 격년으로 하자는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고 전했다.

지 의원은 “북한 인권침해 실상을 알리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도구인 북한 인권백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우려했다. 실제 북한은 그동안 인권백서 발간에 반발해왔다. 지난해 5월 백서 발간 직후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탈북자 쓰레기들이 싸지른 배설물들을 모아 도발 책자나 만들었다”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 측은 격년 발간을 검토한 것은 맞지만 결국 매년 내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규 예산에 미처 반영 안 된 부분은 수시 예산을 활용해 보충할 수 있다”며 “실제 지금도 내년도 백서 발간을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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