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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매연저감장치 중복 검사 그만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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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 시책에 호응하겠다는 생각에서 자동차부품회사에 장치를 신청했다. 처음에 2주면 달아줄 수 있다 하더니 예정일이 다가와 연락하면 자꾸 연기시켜 결국 40일 만에 정비공장에서 달아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서 17㎞나 떨어진 공장에 갔더니 정비사가 아무리 맞추려 해도 장치가 내 차에는 맞지 않았다. 알고 보니 부품회사가 일처리를 엉터리로 해 소형트럭에 맞지 않는 대형차 부품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짜증이 났지만 어렵사리 부품을 구해 맞췄다. 장착 후 자체검사에 합격했고 마침 정기검사 기간이어서 검사까지 마쳤다.

모든 것이 끝난 줄 알고 돌아가려 하자 이번에는 고양자동차검사소에 가서 구조변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다시 10㎞를 달려갔다. 검사소에 가서 막상 검사하는 과정을 살펴보니 정비공장에서 하던 것과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똑같은 검사를 반복하는 것은 돈.시간.에너지.인력의 낭비다. 국가로부터 정기검사를 위임받은 업체에서 검사 결과를 보고받아 정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관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것이 권위주의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생각이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낭비적인 요소가 있는 제도를 찾아내 과감히 잘라버리는 것이 진정 피부에 와닿는 개혁이 아닌가 한다.

우승남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