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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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점진적 안정론과 과열 우려론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 연구원 박기성 박사는『공안 정국의 지속여부·경기 동향·물가와 집 값 상승률의 세 가지가 변수』라며 『교섭 관행이 점차 자리잡아 분규수는 올해보다 약간 줄겠으나 경기 후퇴로 기업측이「여력이 없다」며 버티면 분규 강도가 심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분규 태풍을 극복하는데 10년이 걸렸으나 우리는 그 보다는 빠를 것이라고 장기적으로는 낙관했다.
노동부 구연춘 노정 국장은 『힘의 논리에 의한 대결 의식이 여전히 남아있고 전노협이라는 변수도 있지만 노사 모두 강하게 부딪쳐봐야 서로 손해라는 교훈을 터득했으므로 적극적 시책을 전개하면 내년부터는 점진적 안정 단계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부는 최근 내년 최저 임금 결정이 처음으로 노사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점, 지하철 분규가 파업 없이 타결된 점등을 희망적 조짐으로 보면서 노사간 불법 행위 잔존 등 많은 난관이 있지만 의법조치 강화, 근로자 중산층화 시책으로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상공부 채재억 산업 정책국장은 그러나 『급진적인 전노협의 등장으로 업계는 더 격화되지 않느냐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으며 더 물러날 자리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내년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되면 경제적 파국을 맞을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의 황정현 전무는 『교섭 관행은 정착 되어 가는 쪽이지만 인사·징계위에의 노조 참여 요구 등 경영권 침해적 주장이 늘고 계급 투쟁적 노사분규도 나타나 내년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정부가 준법 질서를 확립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황 전무는 『재계에서는 「산업 평화만 정착된다면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없어도 경제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있다」는 공언이 나올 정도로 노사 관계 안정을 핵심적 관건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총의 조용충 사무 총장 대행은 『노사 관계가 점차 안정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노동자쪽만 매도하며 개입해 상황 호전을 지연시키고있다』며 『내년에는 임금 이상으로 주택 등 복지 문제에 목소리가 많아지겠지만 분규수는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역 업종별 노조 전국회원 김준룡 사무차장은 『우리도 터무니없는 요구는 안 한다는 입장이며 정부가 공권력 남용 없이 순리적으로 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의 큰 원인은 3저 호황의 소멸과 환율 인상·무역 압력 등에 있는데 노사 분규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들을 자극시키고있다』고 말했다.
사용주들은 연대 투쟁에 대비해 종래의 기업별 대처 방식을 지양, 경제 6단체가 금명간 「경제 단체 총 협의회」를 결성해 경영권 수호·무 노동 무임금 관철·정보교환· 급진세력 대처 등을 해나간다는 전략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전노협 세력을 조기 진압하고 노사간 준법 질서를 확립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공권력을 적극 활용키로 하는 강공책을 수립, 11월 들어서도 8개 분규 사업장에 경찰을 투입했다 노총과 「민주」노조는 경기 등을 감안, 올 봄보다는 임금 인상 요구율을 낮출 움직임이지만 1월초까지 각각 임투 지침을 마련하고 3∼4월중 지역별 공동 준비, 동시 공동 투쟁 등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노동단체들은 집 값·물가 상승 때문에 기업별 임금 투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주택·조세·물가 등 「경제 민주화」를 위한 제도 개선 투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총의 경우 내년 지침에서 주택 수당 신설, 사원 주택 조합 설립, 기숙사 개선, 자녀 장학금제 도입 등 복지 요구를 포함시킬 계획이다.「민주」노조측도 정치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정책과 탄압에 계속 항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노동연구원 박언구 박사는 『노사간 인식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급선무이며 주요기업이 대표적으로 임금 교섭을 하고 유사기업은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일본 춘투식 방법을 도입하는 등 교섭 기법의 개발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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