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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충격, 추격당하는 스마트폰···이재용 앞 암초 가득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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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 1월 18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그는 출소 직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소회를 밝혔다.

이상재 산업2팀장의 픽 #키워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반도체 충격으로 주가 연중 최저치 #‘초격차 지위’ 흔들리는 위기 상황서 #사회적 역할 기대감으로 책임 가중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구치소를 떠난 직후 서울 강남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 사옥으로 직행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을 잇달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한 대학 교수는 “취업 제한 논란 속에서도 사회 곳곳의 비난과 우려 시선에 대해 결과로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냐”며 “(경영 현안이) 시급하기도 하겠지만,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영 복귀라는 의미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주력 제품인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 스마트폰 시장 변화 등을 주요 현안을 살피고, 조만간 굵직한 경영 판단과 투자 결정 등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재용 역할론’은 더욱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지난 13일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 요구가 많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앞서 지난 9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해 고려했다”고 가석방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앞에는 곳곳에 암초가 놓여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25% 하락한 7만4500원을 기록했다. 연중 최저치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리포트에서 “PC와 스마트폰, 서버 수요가 줄면서 D램 가격이 연내에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재수감된지 207일 만에 사실상 경영복귀한 이 부회장은 이날 출소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재수감된지 207일 만에 사실상 경영복귀한 이 부회장은 이날 출소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뉴스1]

슈퍼 사이클(초호황)을 기대했던 반도체 시장이 불과 1년 만에 정점을 찍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고객사의 구매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어 4분기 반도체 가격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TSMC는 올해만 32조원, 앞으로 3년 내 115조원대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투자처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최근 4년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 최근 4년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최근 반도체 시장에 대해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선언하며 파운드리 확대를 추진 중이고, D램 분야에선 마이크론이 키옥시아를 인수해 기술·규모에서 빅3로 부상을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 개편이 긴박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삼성은 거의 멈춤 상태”라며 “이 부회장이 주도해 연구개발(R&D) 팹 증설,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안정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선 지난 6월 중국의 샤오미에 뒷덜미를 잡힌 상태다. 유럽·동남아·아프리카 등에선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2차전지 업체인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가 미국 현지에 잇달아 진출하는 동안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어떤 신속한 투자 프로젝트와 인수합병(M&A) 계획을 내놓을지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며 “하지만 조금만 세밀히 들여다봐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첩첩산중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확보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바이로직스가 위탁생산 예정인 모더나 백신 물량을 국내용으로 돌리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한 전직 경영인은 “(이 부회장이) 이럴 때일수록 멀리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이건희 회장 때 삼성은 오너-전문경영인 간 역할 구도를 구분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오너가 비전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놔봤다면, 전문경영인은 단기 성과를 책임졌다. 지금 이 부회장은 사회적 책임도 부여받았다. 큰 그림에 집중하되, 필요하다면 신속하고 과감한 쇄신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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