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 의원 담판 "터질 듯 조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호용 의원 공직 사퇴 설득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여권은 정중동의 긴박한 분위기다.
당직자들도 일이 빗 나갈까봐 가급적 말을 삼가는 등 의도를 감추고 있고 정 의원 측에서도 곧 당 측의 의사가 전달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대응책 준비에 고심하고 있어 폭풍 전야와 같은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일 빗나갈까 입 조심>
○…정 의원 측의 버티기가 완강하자 민정당 지도부는 조용한 가운데 마무리 수순을 진행.
그 1차 작업으로 정 의원과 동조의원을 은밀히 분리·설득하던 당 지도부는 그 내용이 공개되자 이 같은 양분된 모습이 고착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
특히 박준규 대표위원은 20일『이제 더 이상 말하기 않겠다』며『사건이 발생하면 쓰라』 고 역정.
이러한 지도부의 불만은 의원들의 동향이 자세히 공개되면 정 의원 측이 과거청산을 지역감정차원으로 전환시켜 놔 대구·경북출신 의원들의 운신이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 때문.
대통령 외유직전 공개적인 언급으로 소속의원들이 뭔가 감을 작고 협조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춘구 총장도 TK 의원들이 다시 경색된 제스처를 취하자 상당히 긴장.
당 지도부가 공동책임을 지고 정 의원 문제를 떠맡았지만 사실상 이 총장이 실질적 책임을 지고 있어 이 총장은 의원직을 내던질 각오까지 하는 비장한 표정.
이 총장은 일요일인 19일에도 자신의 차를 남겨둔 채 다른 차를 타고 하루종일 시내를 잠행했으나 활동내용엔 일체 함구. 한 고위 당직자는『정 의원을 내보낸다는데 감정적 반발은 있지만 그것이 대통령 뜻이라면 공개적 반발을 하기 어려울 것 아니냐』고 말해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은 을 암시.

<외부 접촉 아예 기피>
○…정호용 의원 측은 노 대통령 부재 중 당 지도부와 야당의 공세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만일의 경우「즉각 반격」한다는 태세.
정 의원은『만일 되지도 않는 논리로 사퇴종용을 위해 사람을 보내올 경우는 보도진에 현장을 보여주고 내 뜻을 밝히겠다』며 사퇴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가급적 분란을 일으킨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외해 주말에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아예 기피.
정 의원 측은 22일 있을 대구·경북 위원 간담회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박준규 대표나 이춘구 총장 등이 선수를 쳐 사법처리 당론고수로 나온다면 구태여 말할 것 없다는 전략.
이에 따라 당 지도부의 태도를 보기 위해 일체 정 의원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등기로 사발통문을 돌렸다는 소문.
그러나 대구·경북지부 위원장인 정 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하면 박 대표·이 총장 등과 직접 대면하게 될 뿐 아니라 막후에서 적극 움직이고 있는 박철??정무장관이나 김윤환·유학성 의원이 모두 나오기 때문에 한쪽에서 불이 붙으면 즉각 전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
당 지도부는 이 경우 지도부의 뜻을 강력히 전달하고『대안이 뭐냐』고 역공할 생각.
지도부 측의 한 인사도『정 의원 측근들에게도 그럼 중간평가를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그것도 모두 반대하더라』고 전하고『결국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설명.
그러나 정 의원을 지지하는 오한구 의원 같은 이는『당론을 지키자는 게 우리의 입장』 이라며『그러면 정치공작·야합이 충성인가』라고 반문.
오 의원 등은『당론이 정당하게 총의를 물여 결정된다면 따를 것이지만 편의위주로 부당하게 바뀐다면 승복할 수 없다』면서「사법처리 원칙」이 고수 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양측 시각은 근본적으로 판이하다.

<발 뺌파·고수파 갈려>
○…정 의원 사퇴가 추진된다는 보도들이 나돌자 정 의원과 생사를 같이 하겠다고 소개된 일부의원 가운데는『누구를 잡으려는 거냐. 원칙이 그렇다는 거지』라며 발뺌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당론을 사수하자는 게 어찌 해당 행위냐』고 더 반발하는 의원도 있다는 것.
또 「흔들리는 중」이라고 알려진 C의원(경북)은『지역구에서 뭐라고 하겠느냐』고 신경 쓰면서도 정 의원 측으로 분류되는데 대해선『총재의 부재중에 시끄러울지 모르니 그냥 넘어가자』고 말하는 등 아리송한 모습도 연출.
한 고위당직자는『거론된 의원들 중 일부는 지역구 사정도 있고 대외적인 의리·체면도 있는데 어떡하겠느냐』면서『당론이 결정되면 따르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주장.
이 고위당직자는『지금은 그러고 있지만 때가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장담.
그러면서도 지난 10월말 TK의원 중 7명이 도장까지 찍어 정 의원에게 넘겨줬다는 소문에는 아주 찜찜한 표정.
여기에는 대구출신 L·K·L의원과 경북출신 L·K·O·L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이들의 결연함을 확인한 정 의원의 각오가 보다 강화됐다는 것.

<부재중 청산 회의적>
○…정부·여당의 5공 청산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백담사 측도 민정당과 정 의원간의 줄다리기를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숙의.
백담사 측은 지난 15일의 정 의원 사퇴 반대 대구시민 궐기대회 현장에 관계사를 파견,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한 측근은『6공이 약속과 의리를 저버렸기 때문에 정 의원을 설득할 힘이 없을 것』이라는 말로 그간 자신들에 대한 정부·여당의 자세를 간접적으로 공격.
이 측근은『약자이기 때문에 할말을 못하고 지대지만 정말 그런식으로 정치를 꾸려 가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정치권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게 준비중』이라고 의미 있는 시사.
또 임박한 장세동 전 안기부장의 구치소 출소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노 대통령 방구 중 무슨 결말이 날 것처럼 말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는『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서 이번 겨울을 지내게 될 것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전언.

<김현일·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