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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삼국시대 가고 춘추전국…'게임의 왕좌' 세 남자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삼국시대가 가고 춘추전국시대가 올 것인가. 지난 10여년 간 국내 게임산업을 삼분해 온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위상에 균열이 가고 있다. 진격에 나선 신흥 게임사들이 국내 게임산업 패권 경쟁에 어떤 변수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무슨 일이야

크래프톤은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자마자 게임 대장주 자리를 차지했다.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이 잡은 탓에 11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시가총액 19조 9015억원으로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19조 8956억원)과 코스피 1위였던 엔씨소프트(17조 3437억원)를 근소하게 앞선 1위를 유지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지식재산(IP) 확장 및 게임 외 사업 다각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 게임사 시가총액 순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상장 게임사 시가총액 순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2010년대 이후 국내 게임산업은 3N의 시대였다. 매출·영업이익·시가총액 면에서 3개사는 타 게임사를 압도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NHN(한게임), 네오위즈와 함께 ‘5N’ 구도였다. 하지만 넥슨이 '던전 앤 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2008년)하고 일본 증시(2011년)에 상장하면서 치고 올라갔다. 넷마블 역시 방준혁 의장 복귀 이후 공격적으로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면서 5N 구도가 흔들렸다. 전통의 강자 엔씨소프트도 리니지M(2017년), 리니지2 M(2019년)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3강 체제의 한 축을 차지했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크래프톤이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히트로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도 상반기 내놓은 ‘오딘 : 발할라 라이징’ 히트로 급성장 중이다. '검은 사막' 시리즈로 유명한 펄어비스, 장외 강자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스마일게이트 등도 약진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은 흥행산업이기 때문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안정적 삼국체제를 깨는 후발 게임사 등장으로 게임산업이 춘추전국시대로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삼국, 3N

3N의 시가총액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N의 시가총액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N은 11일 일제히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세 곳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좋지 않았다. 넥슨은 매출 5733억 원, 영업이익 1577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42% 줄었다. 상반기 신작을 전혀 내지 못한 영향이다. 넥슨 관계자는 “피파 온라인 4, 바람의나라: 연 등 PC·모바일 게임이 좋은 성적을 냈지만,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분기 실적에 비하니 기저효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5385억 원, 영업이익 112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와 같았으나 영업이익이 46%나 줄었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은 “인건비·마케팅비 등 주요 영업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매출 5772억원(-15.8%), 영업이익 162억원(-80.2%)을 올렸다. 지난 6월 출시한 ‘제2의 나라’ 마케팅비와 1분기 임금 인상분이 반영됐다.

얽히고 설킨 세 남자의 자존심 대결

국내 주요 게임사 ‘3N 1K’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주요 게임사 ‘3N 1K’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넥슨의 김정주(53) 창업자, 엔씨소프트 김택진(54) 대표, 넷마블 방준혁(53) 의장은 2010년대 게임업계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세 창업자 모두 영문 이름에 ‘J’가 들어가 ‘3J’로 불리기도. 2015년 엔씨소프트와 넥슨 간 경영권 분쟁 때는 방준혁 의장이 엔씨소프트 백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후 김정주 창업자는 2019년 넥슨 코리아 매각을 시도하며 그가 게임에서 손을 떼려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달 그는 넥슨 지주사인 NXC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업계에선 장병규(48) 크래프톤 의장이 김정주 창업자를 대신해 새로운 3J 경쟁 구도를 이끌 것이라고 본다.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는 소송전을 벌인 ‘과거’가 있는 사이. 2007년 당시 리니지3을 개발하던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가 핵심인력 10여명과 함께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으로 옮기자 엔씨소프트가 민형사상 소송을 낸 것. 2014년 대법원에서 “영업 기밀은 모두 폐기, 손해배상 책임은 없음”으로 결론 났지만, 앙금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여기에, 글로벌 소셜 카지노 3위 기업 ‘스핀엑스’를 최근 2조 5000억원에 인수한 넷마블 방준혁 의장까지 신(新) 3J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으로는?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를 준비 중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블레이드 앤 소울2(엔씨소프트), 마블 퓨처 레볼루션(넷마블), 테일즈 위버 M(넥슨),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크래프톤). [사진 각사]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를 준비 중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블레이드 앤 소울2(엔씨소프트), 마블 퓨처 레볼루션(넷마블), 테일즈 위버 M(넥슨),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크래프톤). [사진 각사]

상반기 성적이 다소 부진한 3N은 하반기 신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향후 게임업계 판도가 올 하반기 경쟁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넷마블은 25일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글로벌 출시한다. 마블의 인기시리즈 어벤져스의 주요 캐릭터를 활용한 오픈월드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기대작 '블레이드 앤 소울 2'를 26일 출시한다. 사전 예약자만 746만명으로 리니지2M(738만명) 때보다 많다. 오는 19일엔 ‘리니지W’ 쇼케이스를 연다. PC 게임 리니지를 계승해 글로벌 컨셉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다.

크래프톤도 하반기 출시 목표로 '배틀그라운드 : 뉴스테이트' 최종 점검에 한창이다. 오는 27일부터 한국 포함 28개국에서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 넥슨도 지난 5일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프로젝트 매그넘, 테일즈위버 M등 준비 중인 신작 게임 7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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