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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최저가격 보상제’ 71만 몰려…냉동 채소·과일 산다

중앙일보

입력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한 해 전보다 2.3% 올랐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8% 뛰었다. 사진은 하나로마트 양재점 채소 코너에서 장 보는 소비자들. [연합뉴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한 해 전보다 2.3% 올랐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8% 뛰었다. 사진은 하나로마트 양재점 채소 코너에서 장 보는 소비자들. [연합뉴스]

서울 성북동에 사는 주부 채모(42)씨는 11일 동네 대형마트 채소코너에서 시금치 한 단을 집었다가 도로 내려놨다. 채씨는 “지난해 한 단에 20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세 배나 올랐다”며 “작년 가을부터 채소값이 뜀박질하고 있다 보니 가격이 덜 오른 것 위주로 사게 된다”고 말했다. 시금치 대신 요즘 가격이 내린 애호박·피망을 집은 그는 “가공식품 가격도 다 올라 마트에 오면 이제 할인 제품부터 찾게 된다”고 했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소비자도 ‘알뜰 장보기’ 태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60대 주부 박모씨는 “마트에서 채소도 이제 싸다는 느낌이 안 든다”며 “몇 달 전부터 인근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2.6%로, 9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등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는 물론 외식비도 많이 올랐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불필요한 장보기를 줄이려고 일부러 작은 장바구니를 들고 간다” “구매 목록을 적어간다” “온라인몰과 꼭 가격 비교하고 산다”는 이도 부쩍 늘었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요 농축산물 가격 상승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실제 주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알뜰하게 장을 보는 패턴이 확연하다. 11일 이마트·롯데마트·마켓컬리의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 품목을 살펴본 결과, 최저가격 상품에 구매가 몰리고 채소·과일은 좀 더 저렴한 냉동제품 또는 소용량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이마트에선 지난 4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한 후 넉 달여 만에 약 71만 명(8월 10일 기준)이 이마트 전용 포인트(e머니)에 가입했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는 우유·라면·과자 등 2000개 생필품을 선정해 쿠팡·홈플러스·롯데마트의 판매 가격이 이마트보다 비싸면 차액만큼 e머니로 적립해주는 것이다. 이마트에서 1200원에 파는데, 쿠팡에서 1000원에 팔면 200원을 e머니로 적립해주는 식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e머니 적립 건수는 6월 말 하루 4500건에서 7월엔 1만건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최저가격 보상’ e머니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마트 ‘최저가격 보상’ e머니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제를 내놓자 롯데마트와 마켓컬리도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실 4월 당시 유통가의 최저가 경쟁은 급성장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과도한 ‘출혈 전쟁’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연초 계란 파동부터 시작해 밥상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최저가격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며 호응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의 전용 앱 ‘롯데마트Go’에도 4월 이후 신규 가입자가 31만 명 늘었다. 롯데마트에서 생필품 500개 품목을 사면 포인트를 5배 적립해준다.

이마트 관계자는 “단 얼마라도 알뜰하게 쇼핑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e머니는 오프라인매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해 마트 입장에서도 득이 적잖다”고 말했다.

온라인 장보기앱 마켓컬리도 최저가 정책 실시 후 4~7월 관련 상품군 매출이 이전 동기간 대비 78% 늘었다. 주로 우유(900㎖ 1850원), 바나나(1.1㎏ 2880원), 애호박(850원), 콩나물(900원) 등 시중가보다 눈에 띄게 싸게 팔수록 매출이 이전보다 네배까지 올랐다.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에 생산량 저하로 상추와 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이 치솟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에 생산량 저하로 상추와 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이 치솟고 있다. [뉴스1]

특히 채소·과일은 시세가 그대로 반영되는 원물보다 좀 더 싼 냉동제품, 소용량 제품 판매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 올 1~7월 냉동채소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56% 증가했다.

냉동과일 매출은 18% 신장했고, 소단량으로 손질해 990~1980원에 파는 하루 채소·과일 매출도 20%가량 늘었다. 실제 주부들 사이에서도 채소·과일의 체감물가가 크다. 일일이 식재료를 구입하기 부담스럽다 보니 정량의 식재료를 모아 파는 밀키트 제품 판매도 215%나 늘었다.

이마트, 올해 1~7월 매출 증가 품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마트, 올해 1~7월 매출 증가 품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상현 이마트 냉동채소 바이어는 “냉동채소는 저시세일 때 사서 냉동 보관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며 “요즘처럼 고물가 추세에선 시세보다 싸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식구가 적을수록 그때그때 먹을 수 있는 냉동·소용량 제품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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