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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리투아니아 대사 소환에 반발…서구-中 갈등으로 비화

중앙일보

입력

베이징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관. 중국 외교부는 10일 대만 문제를 이유로 리투아니아 자국 주재 대사를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

베이징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관. 중국 외교부는 10일 대만 문제를 이유로 리투아니아 자국 주재 대사를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

중국이 대만 문제로 동유럽의 리투아니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자 유럽연합(EU)이 리투아니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도 리투아니아 지지에 가세하면서 ‘대만 대표처’ 설치가 중국과 서방 국가의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EU 대변인 “EU-중국 전체 관계에 영향” #미 국무부 대변인도 NATO 동맹국 지지 #리투아니아 맞불 성명 “정책 유지할 것”

지난 10일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대만 당국이 ‘대만’ 명의로 ‘대표처’를 설립하는 걸 리투아니아가 허락했다”며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 소환을 결정했으니 리투아니아 정부도 주중 대사를 소환하라”고 요구했다.

동유럽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지난달 대만과 상호 대표처 개설에 합의한 뒤, 수도 빌뉴스에 유럽에서 처음으로 ‘대만’ 명의의 대표처를 개설했다. 대만은 그동안 비수교국에 ‘타이베이경제문화사무처’ 명의의 대표 기구만 개설했다.

리투아니아와 대만의 대립은 유럽연합(EU) 전체로 번지는 분위기다. EU의 외교를 담당하는 유럽연합 대외사무부(EEAS)의 나빌라 마스랄리 대변인은 이날 “기본적으로 이번 일은 중국과 리투아니아 양자 문제이지만 불가피하게 전체 EU와 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대만 중앙통신사에 밝혔다. 마스랄리 대변인은 “EU는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승인했지만 동시에 대만과 관계를 심화하는 데에도 흥미를 갖고 있다”며 “EU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은 같지 않다”고 리투아니아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도 리투아니아를 지지했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정례 기자회견에서 모든 나라는 베이징의 간섭 없이 대만과 관계를 어떻게 다룰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리투아니아와 같은 입장”이라며 “중국의 보복행위를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리투아니아도 중국을 향해 유감 성명을 내며 맞섰다. 리투아니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거듭 밝히지만, 리투아니아의 결정은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과 호혜 관계를 추구하는 데 있다. 이는 EU와 세계 각지의 많은 나라와 같다”고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츠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부장도 영국 로이터에 “리투아니아는 자신의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가 실행한 것은 리투아니아의 정책일 뿐 아니라 여러 유럽 국가의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리투아니아는 지난 1990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뒤 이듬해인 1991년 중국과 수교했다. 2017년 중국과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등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 변곡점은 2019년 홍콩 범죄인 소환 법률 개정을 둘러싼 시위였다. 리투아니아는 당시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면서 대만과 관계를 강화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안보 보고서에 중국을 주요 안보 위협국으로 적시했다고 홍콩 명보가 11일 보도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과 유럽 중동부 국가 간의 협력체인 ‘17+1’에서 탈퇴했다.

중국의 이번 리투아니아 대사 소환은 유럽연합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첫 조치다. 중국은 지난 1995년 미국이 당시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을 초청한 데 반발해 리다오예(李道豫) 주미 대사를 소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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