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번째 조사' 세월호 특검도 빈손 "CCTV·DVR 조작 증거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현주)의 수사 결과 역시 빈손이었다. 특검은 지난 90일간 세월호 선체 폐쇄회로(CC)TV 데이터 조작 및 해군·해양경찰의 DVR(CCTV 영상 저장장치)의 바꿔치기, 가짜 수거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세월호 특검은 10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특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 대검찰청 특별수사단 수사에 이은 9번째 조사·수사였다. 앞서 대검 특수단도 같은 의혹을 수사했지만, 지난 1월 수사 결과 발표 당시 특검 출범이 예정된 터라 별도 판단 없이 사건 기록을 특검으로 이송했었다.

세월호참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담긴 저장장치(DVR)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이현주 특별검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참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담긴 저장장치(DVR)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이현주 특별검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① ‘가짜 DVR’ 바꿔치기 의혹=이현주 특검은 이날 “세월호 선체의 64개 CCTV 촬영 영상이 저장된 DVR이 2014년 6월 22일 이전에 수거됐다고 볼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 특검은 “오히려 당시 수색상황과 바지선 현황 및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누군가 은밀하게 세월호 선체 내부로 잠수한 뒤 시야 확보가 매우 어려운 수중에서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를 찾아가 세월호 DVR을 수거하고 아무도 모르게 참사 해역을 빠져나가기는 극히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특검은 수거된 DVR이 수거 당시 이미 가짜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가짜 DVR이 존재하거나, DVR이 바꿔치기 됐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자체 검증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관련자 진술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6월 22일에 수거된 DVR은 원래의 세월호 DVR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 DVR 수거 과정 및 인수·인계 과정에 대한 의혹 사건에 관해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세월호의 블랙박스 격인 DVR(CCTV 영상 저장장치) 조작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세월호의 블랙박스 격인 DVR(CCTV 영상 저장장치) 조작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CCTV 데이터 조작 의혹=특검팀은 세월호 DVR 하드디스크 내의 CCTV 데이터를 누군가가 사후 조작했단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하기로 했다. 의혹의 핵심은 세월호 DVR 안에 있던 하드디스크 2개 중 세월호 참사 관련 CCTV 영상이 저장된 디스크 1개의 복원데이터가 2014년 법원에 제출될 당시 이미 의도적으로 편집됐다는 것이었는데, 수사 결과 이 같은 의혹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특검은 “당시 증거보전 절차에 따라 2개월 분량의 세월호 CCTV 영상 복원데이터 중 4월 10일부터 4월 16일까지 일주일 분량의 영상 재생과 관련된 데이터만 추출해 일부분만 제출된 것”이라며 “당시 복원 작업을 진행한 복원촉탁인이 복원데이터를 2016년 세월호특조위에 제출하기 전까지 2년 가까이 자신의 작업용 하드디스크에 보관했고, 해당 하드디스크엔 복원데이터 외 다른 자료들도 같이 저장돼 있어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오염된 복원데이터를 근거로 법원에 제출된 복원데이터 일부가 조작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특검은 이어 “사참위가 조작의 흔적으로 지목한 ‘배드섹터’ ‘페이지파일’ 등 특이현상은 3회에 걸친 국과수 분석 결과 ‘세월호 CCTV 조작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며 “이 같은 특이현상의 경우 데이터 복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이현상들이 실제 CCTV 영상의 핵심적인 장면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 있는 정도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고, 복원 작업실 CCTV를 검토한 결과 데이터 조작이 의심되는 점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세월호참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담긴 저장장치(DVR)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이현주 특별검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날 회견엔 세월호 유가족(오른쪽)들도 참석해 수사 결과에 직접 항의했다. 뉴스1

세월호참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담긴 저장장치(DVR)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한 이현주 특별검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날 회견엔 세월호 유가족(오른쪽)들도 참석해 수사 결과에 직접 항의했다. 뉴스1

③정부 대응 적정성 의혹=특검팀은 세월호 DVR과 관련한 청와대·정부 대응의 적정성 의혹에 대해서도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 특검은 “DVR 관련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해 청와대 등 정부 관계자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중희 특검보는 “2014년 5월에 이미 DVR을 수거한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있어, 해군·해경과 관련된 모든 음성 교신 내용을 모두 듣고 정부에 보고된 내용과 회의 기록도 살펴봤는데 DVR 수거 과정이나 CCTV 복원·분석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항적 의혹 등에 관한 수사 요청에 대해선 “검토 결과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 특검은 수사 결과 발표 말미에 “부디 이번 수사로 관련 의혹이 해소됐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회견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가 미흡했다”는 취지로 거세게 항의했다.

유가족 측은 특검팀이 ▶여전히 진술에 의존한 추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복원데이터 원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불기소로 결정했으며수사 과정 중 인지된 상황에 대해 더 깊게 수사하지 않고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진철 특검보는 “수사 책임자로서 수사팀은 있는 사실을 못 밝혀낸 게 아니라 없는 걸 밝혀낸 것”이라며 “충분히 수사가 이뤄졌고 모든 자료를 검토했고 모든 대상자를 조사했다. 미진한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반박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9차례 조사 · 수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세월호 참사 관련 9차례 조사 · 수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