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 겨냥' 김여정의 직격탄은 피하려? 한·미훈련 '文의 침묵'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 눈치보기'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ㆍ미 연합훈련의 사전연습 시행 하루 전인 9일에도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실시 배경 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식 훈련이 시작되는 16일에 임박해 국방부에서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북한외에 중국까지 훈련 취소를 요구하며 압박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청와대는 특별하게 코멘트할 사항이 없다”고만 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한ㆍ미 훈련에 대해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직접 발언은 지난 4일 갑자기 군 수뇌부를 불러 연 회의에서 “(미군 측과) 신중하게 협의하라”는 언급이 전부였다. 사실상의 침묵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 접견을 접견했다. 북측 대표단이 접견장에 먼저 입장해 문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 접견을 접견했다. 북측 대표단이 접견장에 먼저 입장해 문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군사 연습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며 한·미 연합훈련의 취소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김여정 담화 사흘 뒤에 문 대통령의 “신중하라”는 지시가 나왔고, 여권의 현역 국회의원 74명은 실명으로 “훈련 연기”를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북한의 하명에 따른 훈련 취소는 안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국방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와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 “지난해 발표된 김여정의 담화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차류현 발사대를 시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차류현 발사대를 시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지난해 3월 3일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된 담화문을 공개했다.

당시 그는 북한의 방사포 훈련에 대해 청와대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자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ㆍ미 훈련에 대해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며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썼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을 지목한 문장이다.

김 부부장은 당시 담화에서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문)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면 더 강력한 비난 성명을 냈을 거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이어졌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 상황 이후에는 북한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자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접적 입장표명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김여정의 지난해 담화가 대통령·청와대의 침묵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번 달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면서, 최근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으로 남북 대화 국면을 조성하려던 정부가 훈련 진행 여부에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번 달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면서, 최근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으로 남북 대화 국면을 조성하려던 정부가 훈련 진행 여부에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무늬만 있는 훈련조차 김정은에게 허락받고 실시하겠다는 구걸 행각”이라며 “북한 김여정의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 하명에 문재인 정부는 역시 예측대로 즉각 복종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기본 책무를 포기하고 나라의 안보ㆍ국방 주권을 포기한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