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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서 '오줌' 쌌다고…여덟살 소년, 사형 위기 처했다

중앙일보

입력

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힌두교·기독교단체 회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힌두교사원을 공격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힌두교·기독교단체 회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힌두교사원을 공격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키스탄에서 여덟살 소년이 이슬람 도서관에서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사형 위기에 처했다.

10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힌두교마을의 8살 소년이 지난달 종교 서적이 보관된 이슬람 도서관 카펫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신성모독죄는 최대 사형에 처해진다.

이 소년은 파키스탄 동부의 경찰당국에 의해 구금돼있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이 소년의 가족과 지역 주민들은 현재 피난중이다. 이슬람단체들이 마을의 힌두교사원을 공격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 지역에 갈등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대를 배치했다.

소년의 가족은 "아이가 신성모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아이는 아직도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왜 일주일간 구금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집과 회사를 떠났고, 지역사회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으며 역풍을 두려워한다"며 "우리 가족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에 대한 보호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법조계는 여덟살 아동에게 '신성모독' 혐의가 적용된 것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아이가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인물 중 가장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죄'는 소수 종교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1986년 사형이 도입된 뒤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지만, 용의자들은 폭도들의 공격을 받아 상당수가 살해당했다.

라메시 쿠마르 파키스탄 힌두교협회 의장은 "공격에 대한 두려움 탓에 힘두교마을의 집이 100채 넘게 비워졌다"고 밝혔다.

인권운동가 카필 데브는 "소년에 대한 혐의를 즉시 취하하고, 파키스탄 정부가 소년의 가족과 피난민들에게 안전을 제공해야한다"며 "최근 몇년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힌두교사원에 대한 공격 거세지고 있다. 이것은 힌두교 박해의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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