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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투자' 中 항구 건설에 미국·싱가포르 긴장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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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 섬 사이에 있는 믈라카해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요충지로, 이들을 잇는 중요한 항로다. 믈라카해협의 대표적 항은 세계 최대 환적항인 싱가포르 항이다.

아시아 주요국들이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선 이 좁은 수역을 통과해야 하므로 에너지 안보상 세계 최고 요충지다. 특히 중국엔 이 해협이 자국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명줄과 같다.

때문에 미국은 믈라카해협을 주요 전략 지역으로 상정하며 신경 써서 관리한다. 중국을 협박하는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미국이 말라카 해협을 봉쇄하면 중국은 멈춘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은 '일대일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말레이시아에 큰 공을 들여왔다. 말레이시아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 공장을 세우고 말레이시아 동해에 철도(ECRL)를 깔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일대일로 합류 이후 점진적으로 경제 교류를 넓혀갔고, 현재는 항구까지 건설 중이다.

중국은 2016년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력하여 '황징항(皇京港)' 건설에 800억 위안(약 14조 1544억 원)을 투자했다. 해당 항은 3개의 인공섬과 1개의 천연 섬을 포함해 1366에이커(약 6,628,005㎡)에 달한다.

황징항 조감도.ⓒ바이두

황징항 조감도.ⓒ바이두

황징항의 4개 섬은 국제 유람선 선착장, 비즈니스 지구, 심해 항구 및 화물 터미널, 해변 산업 단지로 건설될 예정이며 완공 시기는 2025년이다. 이후 믈라카해협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가장 광대한 복합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황징항이 완공되면 말라카 지역 경제에 관광 산업 등의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며 중국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징항 조감도.ⓒ바이두

황징항 조감도.ⓒ바이두

그러나 중국의 주요 목적은 믈라카해협 통행 능력 강화다. 황징항만이 완공되면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확보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에너지 안보 보장을 위해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과 파키스탄 과다르항의 운영권을 확보했다.

말레이시아와의 합작 항구가 완공되면 생명줄을 죄는 미국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 중국 화물 제품이 황징항을 통과해 말레이시아를 거쳐 해외 각국으로 직통할 수 있게 돼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경제교류는 물론 중국의 석유·화물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황진항을 건설 중인 모습. ⓒpower china

황진항을 건설 중인 모습. ⓒpower china

세계 최대 항을 보유한 싱가포르는 긴장한다.

믈라카 해협이 중요한 나라 또 있다. 싱가포르다. 만 톤 급 이상의 초대형선은 항구 수심 기준이 맞지 않으면 좌초될 가능성이 큰데, 싱가포르항의 평균 수심은 16m로 초대형 선박이 접근하기 쉽다. 따라서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운송되는 초대형 외항선은 싱가포르항에서만 기항할 수 있다.

싱가포르항. ⓒ셔터스톡

싱가포르항. ⓒ셔터스톡

선박으로 얻어들이는 세금과 수수료, 항구를 통한 자본 흐름으로 싱가포르는 한때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처럼 천연 심해항으로 오랜 기간 무역 우위를 차지해 온 싱가포르가 중국에 위협을 당하고 있다.

중국 해협 전문가들은 황징항이 완공되면 싱가포르 항을 제치고 말라카에서 가장 큰 항구가 될 것이며, 황징항의 수심은 20~30m에 달해 세계의 거의 모든 화물선을 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항구가 믈라카 해협의 중심부에 있어 싱가포르 항에 머물던 선박의 상당수는 황징항에 정박해 중계무역을 하게 된다.

황징항 조감도.ⓒ바이두

황징항 조감도.ⓒ바이두

또 싱가포르항의 최대 고객이 바로 중국이다. 매년 천억 위안에 달하는 운송 비용을 싱가포르에 제공했는데, 황징항의 완공으로 싱가포르는 차이나머니를 무기력하게 잃게 된다. 추가적인 경제적 손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중국이 믈라카 해협을 선점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말레이시아 대학교 중국연구소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천연 심해항으로 오랜 기간 무역 우위를 축적해왔으며, 황징항이 이를 단기간에 능가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어 "황징황은 지리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지만, 관리, 인력 자원, 재정 지원 등 제반 시설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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