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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1% 지지율, 셈법 다르다…국민의힘 "11월되면 0% 될 것"

중앙일보

입력

“합당 마지노선은 이미 끝났다고(지나갔다고) 본다”

무산 위기 맞닥뜨린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통화에서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때마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그간 통합 관련해 많은 분들의 다양한 견해를 들었다.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겠다. 결심이 서는대로 국민과 당원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썼다. 이를 두고 “합당은커녕 감정의 골만 파이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대선 독자 출마 결심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현장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 대표 회의실에서 안철수 대표를 예방 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 대표 회의실에서 안철수 대표를 예방 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양측은 “전범 취급한다”(이준석 대표), “피고인 신문하나”(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 같은 표현까지 주고받으며 감정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정치권에선 “5월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던 합당 논의가 이처럼 어그러진 것은 양측의 불신이 워낙 깊은 데다, 셈법도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①구원에서 출발한 불신

국민의당 내에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1등을 했을 때부터 예견된 갈등”이란 시각이 많다. 이 대표와 안철수 대표 간의 오랜 갈등은 당사자들도 부인하지 않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8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후 재ㆍ보궐선거 당시 서울 노원병 공천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두 사람은 이후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사안마다 이견을 표출했다. 바른미래당 시절, 이 대표가 사석에서 안 대표를 언급하며 욕설이 담긴 비난을 했다가 징계를 받은 일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갈등 상황을 들며 안 대표에 대해 “한번 겪어보면 알 거다.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근인 지난 6일에도 이 대표는 “우린 너무나도 안 대표의 정치 행보를 잘 안다.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또 어떤 말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선 '이 대표가 상대를 무시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표를 향해 “외관은 청년, 속은 기득권 정신”이라며 “이준석 후보가 대표가 되면 야권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현재도 이런 정서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협상 상대를 향한 표현의 도가 지나치다. 이 대표를 상대로는 합당하면 안 된다는 게 당원 다수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②서로 다른 1% 셈법

2017년 5월 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전 중구 중앙로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년 5월 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전 중구 중앙로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의 지지율을 놓고도 양당이 각각 다르게 평가한다. 현재 안 대표 지지율은 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5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 대표는 1%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여론조사업체 KSOI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대표 지지율은 2.2%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국민의당에선 경험칙을 근거로 “선거 직전에는 여야 양쪽 후보에게 실망해 이탈한 중도층의 지지세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2017년 대선 당시 4월 중순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 37%로 문재인 후보(40%)를 턱밑까지 쫓아갔던 사례가 자주 언급된다. 지금은 중도표가 여야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흩어져있지만, 안 대표가 대선 후보로 뛰기 시작하면 이들 중 다수가 안 대표의 지지층이 될 거란 게 국민의당의 분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 지지율은 11월이 되면 0%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도 우파는 물론, 중도 좌파에 이르는 분들까지 문재인 정권 심판 의지가 매우 강한데 거기에 삐죽 나와서 ‘나는 내 것 챙기겠습니다’ 하면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는 8일 통화에서 “합당이 무산되면 대선 때 타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2012년을 제외하곤 (그 정도 지지율로 승패가 갈리는) 박빙 대선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③무산, 그 이후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당에선 “많은 분이 야권 경선 흥행을 위해 안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6일 이태규 사무총장)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독자출마‘론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아직 안 대표가 결정을 내린 건 없지만, 당원들 사이에선 11월까지 꿋꿋이 우리의 길을 걸은 뒤 정권교체에 일조할 힘이 더 커졌을 때 국민의힘과 합치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안 대표가 8일 공언한 ‘숙고의 시간’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안 대표가 대선에 직접 출마하기 위해선 국민의당이 당헌ㆍ당규를 변경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안 대표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버스가 출발하고, 국민의당이 당헌·당규를 변경한 뒤 안 대표가 독자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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