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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전 5패에도 웃었다…"아름다운 꼴찌" 찬사 받은 韓럭비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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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유니폼을 들고 있는 박완용 선수. 사진 본인 제공

국가대표 유니폼을 들고 있는 박완용 선수. 사진 본인 제공

“올림픽에서 코리아를 보면서 응원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 한국 럭비 대표팀 주장 박완용(37·한국전력공사) 선수에게 달린 댓글 중 하나다. 5전 5패, 29득점 210실점, 12개 팀 가운데 12위.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럭비팀이 거둔 성적이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이들에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응원이 쏟아졌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건 1923년 럭비가 한국에 들어온 지 98년 만이다.

박 선수는 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패를 기록했는데 ‘아름다운 꼴찌’라고들 많이 불러주신다. 기죽지 말라고 좋게 표현해준 걸 안다”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매 경기 최선”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A조 예선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박완용 선수가 넘어지면서도 공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A조 예선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박완용 선수가 넘어지면서도 공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 선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마친 소감에 대해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임했다”고 했다. 한국은 실업팀이 3개(한국전력·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뿐인 럭비 불모지다. 청소년·대학생·실업팀 등 전국에 있는 선수를 다 합쳐도 1000명 정도다.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권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박 선수는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소중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체력훈련과 개인 재활훈련을 1년 반 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해냈던 그다.

주장인 박 선수는 “한국 럭비팀은 ‘원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나가 되면, 하나가 되는 순간 정점으로 간다”는 슬로건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이를 위해 벌금 제도도 운용했다. 훈련 집합 때 1분 늦으면 1000원, 야식을 먹으면 5만원 등과 같은 식이다. 박 선수는 “일심동체처럼 움직여야 하기에 벌금 제도가 있었는데, 다들 잘 지켜줘서 생각보다 돈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며 웃었다.

“서러울 때도 있었지만…관심 감사” 

장용흥(4)이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에서 김광민(13)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서 공을 잡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장용흥(4)이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에서 김광민(13)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서 공을 잡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무관중 경기가 원칙이었다. 함성 없이 치러지는 경기는 어땠을까. 박 선수의 답은 이랬다. “저희는 비인기 종목이라 원래 경기 때도 가족·친구 등만 주로 보러와요. 다른 종목은 무관중 경기를 변수로 짚었지만, 저희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라 타격이 전혀 없었습니다.”

박 선수는 무관심에 대한 서러움을 묻자 “항상 외로운 싸움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는 “네이버에서 선수 소개해주는 공간이 있는데, 응원 메시지가 많이 달렸다”며 “(선수끼리) 그거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은) 대한민국 럭비가 세계무대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회였다”며 “국민 여러분에게 럭비라는 종목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24년 선수 생활을 돌이켰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생의 명장면’은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짓던 순간이다. 그랬던 올림픽 ‘꿈의 무대’에 섰기에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박 선수는 “실력을 100% 발휘한다면 세계 다른 팀과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올림픽은 끝났지만, 다음 대회가 또 기다리고 있으니 그땐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 선수에게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럭비팀 엠블럼에 무궁화와 호랑이가 함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무궁화 꽃을 활짝 피워내는 팀이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 명단

▶ 감독= 서천오 감독(국군체육부대) ▶ 제너럴 매니저= 찰리 로우(대한럭비협회)

▶ 코치= 양영훈(대한럭비협회) ▶ 트레이너= 김재홍 김희수(이상 대한럭비협회)

▶ 선수= 박완용 김광민 김남욱 김현수 이성배 장정민 한건규(이상 한국전력공사) 최성덕(경희대) 이진규 정연식(이상 현대글로비스) 장성민(포스코건설) 장용흥(NTT 커뮤니케이션스) 안드레진 코퀴야드(대한럭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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