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코리아를 보면서 응원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 한국 럭비 대표팀 주장 박완용(37·한국전력공사) 선수에게 달린 댓글 중 하나다. 5전 5패, 29득점 210실점, 12개 팀 가운데 12위.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럭비팀이 거둔 성적이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이들에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응원이 쏟아졌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건 1923년 럭비가 한국에 들어온 지 98년 만이다.
박 선수는 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패를 기록했는데 ‘아름다운 꼴찌’라고들 많이 불러주신다. 기죽지 말라고 좋게 표현해준 걸 안다”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매 경기 최선”
박 선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마친 소감에 대해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임했다”고 했다. 한국은 실업팀이 3개(한국전력·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뿐인 럭비 불모지다. 청소년·대학생·실업팀 등 전국에 있는 선수를 다 합쳐도 1000명 정도다.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권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박 선수는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소중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체력훈련과 개인 재활훈련을 1년 반 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해냈던 그다.
주장인 박 선수는 “한국 럭비팀은 ‘원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나가 되면, 하나가 되는 순간 정점으로 간다”는 슬로건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이를 위해 벌금 제도도 운용했다. 훈련 집합 때 1분 늦으면 1000원, 야식을 먹으면 5만원 등과 같은 식이다. 박 선수는 “일심동체처럼 움직여야 하기에 벌금 제도가 있었는데, 다들 잘 지켜줘서 생각보다 돈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며 웃었다.
“서러울 때도 있었지만…관심 감사”
도쿄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무관중 경기가 원칙이었다. 함성 없이 치러지는 경기는 어땠을까. 박 선수의 답은 이랬다. “저희는 비인기 종목이라 원래 경기 때도 가족·친구 등만 주로 보러와요. 다른 종목은 무관중 경기를 변수로 짚었지만, 저희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라 타격이 전혀 없었습니다.”
박 선수는 무관심에 대한 서러움을 묻자 “항상 외로운 싸움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는 “네이버에서 선수 소개해주는 공간이 있는데, 응원 메시지가 많이 달렸다”며 “(선수끼리) 그거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은) 대한민국 럭비가 세계무대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회였다”며 “국민 여러분에게 럭비라는 종목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24년 선수 생활을 돌이켰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생의 명장면’은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짓던 순간이다. 그랬던 올림픽 ‘꿈의 무대’에 섰기에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박 선수는 “실력을 100% 발휘한다면 세계 다른 팀과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올림픽은 끝났지만, 다음 대회가 또 기다리고 있으니 그땐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 선수에게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럭비팀 엠블럼에 무궁화와 호랑이가 함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무궁화 꽃을 활짝 피워내는 팀이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 명단
▶ 감독= 서천오 감독(국군체육부대) ▶ 제너럴 매니저= 찰리 로우(대한럭비협회)
▶ 코치= 양영훈(대한럭비협회) ▶ 트레이너= 김재홍 김희수(이상 대한럭비협회)
▶ 선수= 박완용 김광민 김남욱 김현수 이성배 장정민 한건규(이상 한국전력공사) 최성덕(경희대) 이진규 정연식(이상 현대글로비스) 장성민(포스코건설) 장용흥(NTT 커뮤니케이션스) 안드레진 코퀴야드(대한럭비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