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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키는 비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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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사)오터레터 발행인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은 항상 납치의 위협에 시달려 왔다. 얼굴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쉽게 타깃이 되고, 단순히 돈이 많다는 이유 외에도 기업 운영의 핵심이기 때문에 몸값 요구에 쉽게 굴복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미국 대공황 당시 유명한 범죄자였던 ‘머신 건’ 켈리가 석유 갑부를 납치해 거대한 몸값을 받아낸 것을 시작으로 1960년대에는 미국 쿠어스 맥주의 CEO가 납치, 살해된 일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유럽에서도 세계적 기업의 CEO들이 납치당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위협은 근래 들어 더 커지고 있다. 부의 편중이 심해지면서 현재 세계 최고의 갑부들이 인류 역사에 유례가 없는 수준의 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인터넷 테크 기업의 CEO가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반감을 품은 ‘온라인 미치광이들’의 타깃이 된다. 대부분 위협에 그치지만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는 그 위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경영진의 신변 보호에 사용하는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자료를 보면 경호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기업은 페이스북으로, 올 한 해 CEO 마크 저커버그 한 사람을 보호하는 데만 우리 돈으로 265억원을 쓰고 있다. 구글이나 오라클, 세일즈포스와 같은 테크 기업들도 팬데믹 이후로 CEO 신변 보호 비용이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기업들의 재택근무 전환도 주요한 이유라고 한다. 안전한 본사 건물이 아닌 개인 주택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경호에 더 큰 돈이 들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모든 경영자들이 경호에 회삿돈을 쓰는 건 아니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경영진 자비 부담이 원칙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