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테리어 호구? "정신 차리니 7000만원 계약 사인"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5:00

업데이트 2021.07.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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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서울 은평구 10년 차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비싼 인테리어 시공 가격을 절감했다. 입소문이 난 유명 디자인 업체의 경우 30평대(약 99~129㎡)기준으로 시공비 6500만 원 이하는 아예 공사 시작도 안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다.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동네 업체 서너 군데서 견적을 받아 4800만 원에 공사를 시작했다. 창호(새시) 교체와 구조 변경이 없는 30평대 ‘올 수리(모두 수리한다는 뜻)’ 가격이다. 이마저도 실제 공사에 들어가다 보니 추가 비용이 들어 결국 5300만원이 들었다.

[‘깜깜이’ 인테리어]<상>

최근 온라인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테리어 시공 가격이 생각보다 고가여서 고민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정신을 차려보니 인테리어 7000만원짜리 계약서에 사인했다. 너무 과한 것인지 고민이다” “인터넷에서 본 예쁜 집처럼 하려면 견적만 7000만~8000만 원은 기본이다”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인테리어 시공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높아진 시공비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인테리어 시공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높아진 시공비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커지는 인테리어 시장, 시공비는 고공상승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00년 9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1조5000억원으로 4배 이상 급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8%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테리어 시장규모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테리어 시장규모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테리어 시공 시장 호황은 부동산 매매 트렌드와도 연관된다. 지난해 30대 젊은 층 중심으로 아파트를 매매하는 이른바 ‘패닉 바잉’ 바람이 불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30대 젊은 층의 경우 한정된 예산으로 수도권이나 서울 외곽의 구축 아파트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고, 대신 인테리어로 깔끔한 집을 원하면서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실 연구실장은 “공동주택을 포함해 우리나라 주택은 지은 지 20~30년 된 것이 가장 많아 이 시기에 유지·보수를 위한 인테리어가 가장 활발하다”며 “전반적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안락한 환경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SNS에 인테리어 해시태그(#) 게시물이 천만 건 가량 올라와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 인테리어 해시태그(#) 게시물이 천만 건 가량 올라와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관계자는 “수도권 기준으로 2~3년 전에는 평당 100만 원 정도가 평균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그 수준이 저가로 구분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건비·자재비 상승, 수요 급증 등 다양한 이유로 시공 단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의집’ 시공 평단가 표시 기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오늘의집’ 시공 평단가 표시 기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셀프’냐 ‘턴키’냐, 발품파는 소비자들

비싼 시공 가격도 문제지만 적정 가격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최대 불만이다. 자재의 원산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데다, 거센 인건비 오름폭도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온라인 인테리어 커뮤니티마다 ‘제 견적 좀 봐주세요’라는 문의가 올라오는 이유다.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들은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의 견적을 비교해보며 소위 ‘호구’ 잡히지 않으려 공을 들인다. 업체에 맡기지 않고 일명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이들도 많다. 업체에 시공 전반을 맡기는 것을 ‘턴키’라고 하는데, 이 경우 일명 현장 반장을 하는 인력의 인건비와 디자인비 등이 추가된다. 셀프 인테리어는 소비자 스스로가 욕실·바닥·도배 등 부문별로 전문 인력을 초빙해 각각 맡기는 형태다. 이 경우 비용을 아낄 순 있지만, 현장에 계속 붙어있어야 하고, 그마저 인테리어 제반 지식이 없으면 쉽지 않다.

온라인 인테리어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비자들의 '견적' 문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인테리어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비자들의 '견적' 문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업체 “소비자 눈높이·인건비가 원인”

유튜브에 '인테리어'로 검색하면 수 많은 관련 게시물이 등장, 다양한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인테리어'로 검색하면 수 많은 관련 게시물이 등장, 다양한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시공 업체는 인테리어 시공 단가가 높아진 원인으로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꼽는다. 인테리어를 주제로 한 ‘집방(집+방송)’이나 온라인 콘텐트가 늘어났고, 워낙 잘 디자인된 시공 사례를 많이 접하면서 인테리어 취향이 전반적으로 고급화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급 주택에나 적용되는 ‘무몰딩·무문선(몰딩이나 문선이 없이 단순하게 마감하는 것)’ 등을 요구하지만 정작 견적에는 ‘짜다’는 평가다. 한 인테리어 시공 업체 관계자는 “대략 2억원짜리 시안을 가져와 5000만원 견적을 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고급 기술이 들어가는 시공의 경우 하자 위험 때문에 고급 인력을 써야 하는 데 시공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공 가격 표준화도 쉽지 않은 얘기다. 임종진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 사무국장은 “옷도 명품 있고 동대문 표 있듯, 도배지도 합지부터 실크 벽지까지 소재나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또, 자재는 같아도 어떻게 시공하는지에 따라 또 달라지니 표준 가격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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