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타니 바로 3배 인상" 깜깜이 자재·시공비에 소비자 부글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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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서 고객들이 가구, 인테리어용품 등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서 고객들이 가구, 인테리어용품 등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제도와 거래 과정은 그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오는 2023년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장에서 여전히 ‘부르는 게 값’ ‘깜깜이 시장’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시공현장 따라 가격 달라져 

직접적인 이유는 ‘정가’를 알기 어려운 인테리어 공사의 가격 구조다. 인건비의 경우 대한건설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건설업 관련 공사의 ‘시중노임단가’가 있다. 다만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최저임금 기준이라 현장에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 또 수급에 따라 공사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보다 지방의 인건비가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다.

[‘깜깜이’ 인테리어]<하>

인테리어 원재료나 제품에는 정해진 가격이 있지만 현장 여건에 따라 제품의 최종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똑같은 재질의 마루를 팔아도 기존에 깔린 마루를 걷어내고 시공하는 것과 맨 시멘트 바닥에 마루를 까는 것은 비용이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창호(새시)·벽지 같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기라도 하지만 목공이나 철구 같은 건 속을 까볼 수도 없고 가격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시공비가 전체의 30% 이상

인테리어 공사 모습. 사진 펙셀스

인테리어 공사 모습. 사진 펙셀스

가장 큰 변수는 시공비다. 시공비는 누가 시공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잘한다’고 입소문이 났거나 노하우가 쌓인 시공업자들의 경우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고 이들의 몸값을 일률적으로 표준화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서울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시공비가 전체 제품 비용에서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현장 상황에 따라 10% 정도가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비가 100만원이라고 하면 시공비가 200만~300만원 추가로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아는 업자가 방송을 한번 타더니 시공비를 3배 이상 높이더라”고 전했다.

소비자 불만은 갈수록 늘어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상담 접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상담 접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베일에 싸인 채 오르는 인테리어 비용이 무색하게 소비자가 체감하는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2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상담은 3502건으로 지난해 전체(6960건)의 절반을 웃돌고 있다. 이 중엔 품질에 대한 불만이 97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계약불이행·AS불만·계약해지 및 위약금 불만 등의 순이었다. 본격적인 이사철인 가을을 지나면 민원 상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면허 업자 판치는 시장 

품질과 계약 문제가 계속 터지는 건 업계의 뿌리 깊은 ‘무면허 관행’과 관련이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인테리어 공사 비용이 1500만원을 넘을 경우 ‘실내건축공사업’ 면허(건설 면허)를 가진 업체만 시공할 수 있도록 한다. 무면허 업체의 시공은 불법이다.

하지만 실제 인테리어 시장은 무면허 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해 있다. 이들은 부실 공사 등 하자가 발생해도 보상이나 보수를 강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공사 직원은 “원래 (건설 무면허면) 도배같이 비용이 크지 않은 작업만 해야 하는데 3000만~4000만원 이상 공사도 다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대기업 협력업체라고 하는 곳 중에도 무면허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무면허 키우는 업계 관행

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에게 건설 면허를 따라고 강제하기도 어렵다.
건설 면허를 따려면 자본금 1억5000만원 이상, 기술자격증 보유한 기술인력 2인 상주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통계청의 최근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제조업체 가운데 10인 미만 업체가 전체의 89%에 달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자본금 1억5000만원과 기술자 2명 고용이 필요한 면허를 무조건 강요할 수 없는 배경이다.

국내 주요 인테리어 대기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주요 인테리어 대기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비자들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면허 업체를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설 면허가 있는 업체의 경우 아무래도 가격 수준이 비싸다. 인테리어 대기업들도 시공업체에 줄 돈은 줄이고 자사의 자재를 더 많이 팔기 위해 무면허 업체를 협력업체로 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해관계들이 맞아 떨어져 무면허 영세업체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시장이 유지되는 셈이다.

‘정보공유’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  

인테리어 가격구조와 제품 정보를 공개하면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표적인 게 인테리어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인테리어 플랫폼’ 서비스다.

〈‘오늘의집’홈페이지에 명시된 시공 평단가〉  

자료 : 오늘의집

자료 : 오늘의집

국내 최대 인테리어 플랫폼인 ‘오늘의집’은 업체별로 시공 단가를 안내하고 ‘시공 견적 계산기’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정보의 투명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인테리어 업체의 시공 사례와 고객들의 후기(리뷰)도 공개해 비교·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월 시공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월 평균 거래액도 직전 하반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늘었지만 믿을만한 정보에 목말라 있던 잠재 소비자 니즈에 어필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훌쩍 큰 인테리어 시장, 양성화 필요”  

전문가들은 면허의 조건을 세분화하는 등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인테리어에도 안전과 직결되는 설계 과정을 인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과거 인테리어는 소규모 유지·보수 사업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신축과 달리 면허가 없어도 허용이 됐던 것”이라며 “이제 인테리어 산업이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진 만큼 면허 업체를 중심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당장의 인테리어 피해를 막기 위해 ▶사업자등록 확인 ▶구두계약 피하고 반드시 자재 및 규격 등 기재한 계약서 작성(자재 및 규격 기재) ▶영수증 챙기기 ▶공사비 1500만원 이상의 경우 건설면허 여부 확인하기 등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또 공사 견적을 받기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제품 정보 등을 미리 숙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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