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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귀화 엄혜련 "안산 멋져…고교때 쏘는 것만 봐도 '와~' 박수"

중앙일보

입력

일본으로 귀화한 일본대표팀 여자양궁 하야카와 렌. 박린 기자

일본으로 귀화한 일본대표팀 여자양궁 하야카와 렌. 박린 기자

“고등학교 때부터 쏘는 거 보면 ‘와~’ 하며 박수만 나와요.”

현대모비스서 뛰다가 귀화 #도쿄올림픽 8강 문턱서 좌절 #일본과 한국 양궁 차이는요?

귀화한 일본 여자양궁대표팀 하야카와 렌(34·한국명 엄혜련)이 한국양궁대표팀 안산(20)을 극찬했다.

하야카와 렌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여자단체전 8강전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친분이 있는 한국 선수’를 묻자 하야카와 렌은 “몇 년 전부터 광주시와 연합해 연습을 가곤 했다. 안산은 너무 멋있죠. 고등학교 때부터 쏘는 걸 보면 ‘와~’하며 박수만 나왔다. 쏘는 것만 봐도 ‘와~’ 이러고 보죠”라고 했다. 안산은 이날 한국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까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전북 전주 출신 하야카와 렌은 한국 실업팀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다. 학업을 위해 어머니가 지내는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했고 이름을 하야카와 렌으로 바꿨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의 동메달을 이끌었다. 도쿄올림픽 여자단체전 8강에서 벨라루스에 아쉽게 졌다. 만약 올라갔다면 한국과 한일전을 치를 수도 있었다.

하야카와 렌은 일본 선수단을 대표로 일본 취재진과 한참을 인터뷰한 뒤 한국 취재진 인터뷰에도 응했다. 다소 일본어 억양이 섞였지만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다.

눈물 흘리는 후배들을 다독였던 하야카와 렌은 “코로나19로 너무 힘든 상황에서 개최한 올림픽이다. 개최국이라 결과를 내고 싶었는데 유감이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어깨가 아파서 답답했다. 개인전은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여자양궁 대표팀 하야카와 렌(오른쪽). [로이터]

일본 여자양궁 대표팀 하야카와 렌(오른쪽). [로이터]

일본양궁은 한국보다 환경이 열악하다. 하야카와 렌은 “일본은 토너먼트가 없고, 단체전도 거의 없다. 실업연맹대회 정도인데 팀이 3~4개밖에 없다”면서도 “한국은 월드컵에 한 번도 안 나가고도 이렇게 잘한다. 변명이 되지 않는다. 저희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하야카와 렌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초등학생도 시작하고, 대학 졸업 후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일본은 양궁 자체가 좋아하는 애들이 정말 많다”고 했다.

한국양궁 이 잘나가는 비결에 대해 하야카와 렌은 “한국은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양궁을 잘했던 사람들이 다 지도자를 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고교 졸업 후 대학이나 실업팀을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일본은 대학까지만 하고 그만 두거나, 일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화합의 장이지만, 도쿄올림픽에서는 한일양국이 도시락 등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하야카와 렌은 “참 민감한 부분이고 뉴스를 보면 안타까운데, 양궁에서는 그런 게 없다. 한국팀과 사이 좋다. 음식 같은 말을 전혀 안 한다. 오히려 (한국팀 지도자들이) 김밥을 먹으라고 챙겨주면 감사하게 먹는다”며 “아무래도 제가 살고 있는 일본에서 개최된 대회인데, 운동과 전혀 관련 없는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죄송한 마음이 크죠”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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