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병부대 백신 반출, 논의한적 없다"던 질병청, 8시간만 입장 번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청해부대 승조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원인과 관련 책임 공방을 벌여온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이 19일 밤 10시 30분쯤 공동 입장문을 내고 “올해 2~3월 해외파병부대 등에 대한 예방접종 관련, 구두로 협의한 바 있으나 청해부대 파병장병을 특정해 협의한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동 입장문은 이날 오후 2시10분 열린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청장이 했던 발언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8시간 만에 질병청장의 발언이 정정된 것이다.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은 301명 가운데 2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방부가 청해부대를 백신 공백 상태에 5개월간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왜 백신을 보내 접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타가 이어지자 질병청과 구두 협의했으나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 파병 부대 접종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해외파병 부대에 백신을 보내려고 했지만 질병청이 국외 반출이 안 된다고 해서 접었다는 입장인데 사실이 맞냐’는 질문에 “합참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아직 국외 반출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추진단은 브리핑 도중 “국방부 대변인실에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국방부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청해부대 코로나 감염 일지

청해부대 코로나 감염 일지

표면적으로 군 당국은 청해부대원들이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파병 당시인 지난 2월엔 군 장병은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니었던 점과 ▶함정 내에서 이상반응 발생 시 응급 대처가 제한된다는 점 ▶백신 보관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하지만 군 내부적으로는 질병청이 백신을 계약할 당시 제조사가 국외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접종을 못 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질병청은 애초에 국외 반출에 대해 사전에 논의한 바 없다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정 청장은 브리핑에서 “비행기를 통해서 백신을 보내야 하고, 백신의 유통에 대한 문제 등이 어렵다고 판단이 돼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법상 ‘군함’도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하는 만큼 접종 계획을 사전에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리 군인에 대한 접종이기 때문에 제약사와 협의를 해서 백신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부분도 비행기 운송이나 배에서의 접종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국방부와 각을 세웠던 정 청장의 발언은 이날 오후 10시반 번복됐다.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2021년 2~3월, 해외파병부대 등에 대한 예방접종 관련, 구두로 협의한 바 있다. 다만, 청해부대 파병장병 예방접종을 특정하여 협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협의 결과, 해외 파병 중인 인원 중 주둔국, 유엔에서 접종을 제의한 경우에는 개인동의 하에 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며, 백신 해외이송 및 접종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외체류 장병에 대한 백신접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청장의 오후 브리핑 발언에 대해 “이와 관련, 오늘 질병청 브리핑에서 ‘세부적으로 논의가 없었다’는 언급은 국방부와 질병관리청간에 구두 협의 이후 청해부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였다”라고 설명했다.

또 “청해부대의 경우 국내에서 현지 함정까지 백신 수송시 콜드체인 유지, 함정내 백신 보관관리와 이상반응 발생시 응급상황 대처 등의 어려움으로 접종이 제한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정 청장의 발언이 8시간 만에 정정된 이유에 대해 질병청은 "실무진에서 구두 협의한 내용은 지난 2~3월 해외 파병 부대 예방접종 ‘일반론’에 대한 부분이며, 청장 브리핑 시 ‘세부적인 논의가 없었다’ 는 언급은 ‘청해부대원 대상 백신 국외반출 등 구체적인 세부 논의가 없었다’는 언급이었다"라며 "국방부와 사실관계 확인 했다"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